‘폭설 무능’ 남 탓했던 청주시, 안이한 수해 대응엔 ‘침묵’
사망자가 14명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청주시가 12차례의 미호강 인근 범람 위기에도 충북도에 전달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들은 8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1㎝의 적설량에도 제때 대응하지 못해 교통대란을 일으켰던 것과 같이 청주시의 무능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18일 충북도·청주시에 따르면 청주시는 참사발생 당일인 지난 15일 오전 2시15분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단계를 최고 단계인 3단계로 높였다. 당시 호우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새벽부터 참사 직전까지 미호강의 범람 징후는 청주시 흥덕구 및 오송읍 관계자들을 통해 12차례나 포착됐다. 미호강 범람 위기가 닥쳐오자 청주 흥덕구청과 오송읍사무소는 이날 오전 4시17분부터 참사 발생 5분 전인 오전 8시35분까지 관할 도로를 둘러보고 미호강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오송읍과 흥덕구청 건설과는 미호강의 범람위기를 청주시에 3차례 보고했다. 그러나 청주시는 이 같은 보고는 물론 금강홍수통제소·소방당국의 홍수 경보 등을 통보받고도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하차도 통제에 나서지 않았고, 충북도에도 보고하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은 8개월 전 겨울과 같은 청주시의 무능한 재난 대응이 이번 참사를 일으켰다고 지적한다. 청주시는 지난해 12월12~20일 충북도로부터 안전감찰을 받았다. 앞서 같은 해 12월6일 1㎝ 안팎의 눈이 쌓였는데 눈 예보를 무시해 제설작업이 늦어지면서 교통대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당시 충북도는 청주시에 공문 발송과 유선을 통해 ‘첫눈 대비를 완벽히 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시는 이를 묵살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청주시는 교통대란을 질타하는 여론에 ‘기상청이 예보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며 남 탓을 했다. 이번 참사에서도 청주시는 ‘금강홍수통제소가 범람 위기를 통보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사실확인에 들어가자 이를 번복했다.
이범석 청주시장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이 시장은 교통대란 발생 다음날인 지난해 12월7일 담화문을 내고 사과했으나 이번 참사에 대해선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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