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롱 피아비 “당구로 캄보디아 아이들 도울 수 있어 행복”
국제결혼 이후 13년째 한국서 생활
남편 제안에 2011년 처음으로 큐 잡아
하루 11시간 맹연습… 때론 힘들기도
상금으로 고향 캄보디아에 약 전달
“더 유명해져 더 많은 사람 돕고 싶어”
“남편이랑 앉아서 구충제 포장을 손으로 하나하나 모두 벗겼어요. 캄보디아에 보낼 건데 부피가 크면 보낼 수 있는 양이 줄잖아요. 2000개를 일일이 까다 보니 손에 굳은살이 박였어요. 그래도 아픈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어서 피아비는 너무너무 행복해요.”
스롱은 28세 연상인 김만식씨와 국제결혼한 2010년 이후 13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한국은 정말 깨끗하고 좋아요. 높은 건물도 많고요. 음식도 맛있어요. 피아비는 갈비찜을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캄보디아는 발전하지 않았어요. 아이들도 도움이 필요해요. 처음엔 남편도 ‘왜 캄보디아만 도와주냐’고 장난쳤어요. 그런데 같이 캄보디아를 다녀오고 나서부터는 그런 말을 못 해요.”
어린 시절 피아비의 꿈은 의사였다. “캄보디아에는 아픈 사람이 정말 많아요. 피아비는 공부 열심히 하고 싶었는데 돈을 벌어야 했어요. 피아비도 학교를 그만두고 가족들과 감자 농사를 지었어요.”
하지만 스롱은 의사가 아니어도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당구 선수도 사람을 치료할 수 있어요. 저번 달에는 한국 의사 열여섯 분께서 피아비한테 캄보디아 의료 봉사를 가자고 해서 다녀왔어요. 아픈 캄보디아 아이들은 피아비를 보고 웃으면서 ‘피아비처럼 되고 싶다’고 해요. 그러니 피아비는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이렇게 당구로 사람들을 치료하는 거예요.”
하지만 스롱은 처음부터 당구가 좋았던 건 아니다. “남편은 쳐 보라고 했는데 피아비는 싫었어요. 돈을 벌어야 했는데 당구를 치면 돈을 못 벌잖아요. 당구 이미지도 안 좋았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뭐라도 잘하면 유명해질 수 있고, 그러면 돈도 따라온다고 했어요. 다문화 가정인 피아비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1년부터 큐를 잡은 피아비는 혹독하게 연습했다. “하루 11시간씩 당구를 쳤어요. 팔이랑 어깨가 너무 아팠어요. 한국 생활이 익숙하지 않았어요. 말도 안 통했어요. 핸드폰도 잘 안 돼서 캄보디아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도 자주 못 했어요. 그때 정말 힘들었어요.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이런 스롱에게 수많은 악플이 달리기도 한다. “나쁜 말이 정말 많아요. 겉모습에 대한 것부터 피아비가 다문화 가정이니까 그런 이야기도 해요. 너무 아프고 속상해요. 그래도 관심이라고 생각하면서 이겨 내고 있어요. 그런 분들도 항상 좋은 말, 행복한 생각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스롱은 배시시 웃었다. “늘 미안해요. 대회가 있는 날 같이 경기장 가자고 하면 쑥스러워서 싫대요. 피아비가 부담스러워 할 거 같다고도 해요. 그래도 피아비 많이 응원해 주고 잘 챙겨 줘요. 정말 착한 사람이에요.”
이제 스롱은 더 큰 꿈을 갖고 당구대 앞에 선다. “당구를 치길 잘한 거 같아요. 당구는 나이가 들어서도 칠 수 있잖아요. 부상 걱정도 없어요. 사실 캄보디아에서 피아비는 굉장히 유명해요. 캄보디아 사람들이 다 피아비를 알아봐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피아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피아비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선수가 돼서 좋은 일 더 많이 하고 더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요.”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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