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조프라이멀 "짬짜면 그릇에 담은 공룡 대환장파티"
엑조프라이멀을 알게 된 건 캡콤 쇼케이스 때였다. 갑자기 공룡이 쏟아져 나오더니 메카닉 슈트를 장착한 파일럿이 공룡과 전투를 벌인다. 홍보 영상만 봐서는 시간 여행이나 엑소 슈트 데이터 수집이란 개념 파악조차 힘들었지만 공룡과 로봇이 나온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공룡과 메카닉의 만남이라니, 불현듯 트랜스포머의 악몽이 떠오른다. 그래도 거대 공룡 레이드라고 생각하니 제법 재미있을 것도 같았다. 무엇보다 '공룡'이라는 두 글자 단어가 주는 설렘이 컸다. 어렸을 때 흑역사지만 한 때 사우르스를 닉네임 뒤에 무조건 붙이고 다녔던 사람으로서 참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PvE 기록을 경쟁한다는 측면에서 PvP와 PvE를 결합한 게임인 줄 알았다. 찾아보니 아니었다. 파이널 미션에서 서로 공격하며 상대의 미션을 방해하는 방식이었다. 베타 테스트 후기에는 "제발 공룡만 때려잡게 해달라", "사람을 더 잡고 싶다"라는 상반된 아우성이 가득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두 마리 모두 놓친 게임이 그간 얼마나 많았는가. 반신반의에 망설였지만 최근 재밌게 플레이한 바이오하자드 RE:4와 스트리트파이터6의 기억이 아른거렸다. 결국 게임을 설치했다.
장르: 팀 대전 매시브 액션
출시일: 7월 14일
개발사: 캡콤
플랫폼: PC, 콘솔
■ '갑자기 분위기 공룡' 세계에서 살아남기
엑조프라이멀은 갑자기 시공의 틈에서 공룡이 쏟아져나오는 세계가 배경이다. "공룡? 갑자기?"라는 의문이 든다. 아무튼 그렇다. 한여름 푹염경보마냥 공룡 경보가 일상인 세계관이다. 재난 상황에서 구조대 역을 하듯 공룡을 퇴치하는 엑소 수트 파일럿, '엑소 파이터'들이 존재한다.
선망의 대상인 엑소 파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각종 적합성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주인공 에이스는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하고 엑소 파이터로 채용된다. 그는 불운한 사고(?)로 자신의 팀원과 비키토아 섬 상공 정찰 임무 중 비키토아 섬에 불시착한다.
AI 리바이어던에 의해 돌연 3년 전의 비키토아 섬으로 끌려 들어가 '워 게임' 시뮬레이션에 강제 참여하게 된 에이스. 리바이어던이 무수히 쏟아내는 공룡과 전투하고, 다른 엑소 파이터들과 경쟁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그는 위험천만한 임무 속에서 '에이스'라는 이름답게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에이스는 동료로 매칭된 매그넘을 통해 수많은 평행 세계의 존재와 차원의 엑소 파이터로 리바이어던이 모종의 실험을 진행 중인 것을 알게 된다. 이들의 불시착과 격리 또한 리바이어던의 의도였다. 워 게임에 숨겨진 진짜 목적은 무엇이며, 에이스 일행은 섬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 공룡 잡는 게임인데 겸사겸사 사람도 때림
엑조프라이멀은 뭘 하는 게임이냐. 간단하다. 공룡을 잡고, 적 엑소 파이터도 잡아야 한다. 말하자면 PvE와 PvP를 합친 PvEvP다. 공룡을 잡으며 주어진 미션을 클리어하다보면 파이널 미션에 진입하는데, 이 파이널 미션에서 상대 엑소 파이터와의 PvP가 가능하다.
디노 서바이벌이라는 단 하나의 모드만을 제공한다. 모드가 하나인 것은 맞는데 하나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리바이어던이 알아서 말아주는 오마카세라고 해야 할까? PvE도 목표 공룡 사냥, 데이터(화물) 밀기, 점령 등 단순한 것부터 오메가 해머, 포인트 수집하기 등 다양한 종류를 제공한다.
파이널 미션은 지금까지 수행한 미션과 종류는 동일하되 상대 팀의 방해를 뚫고 진행하게 된다. 가령 데이터를 미는 와중 도미네이터로 공룡 변신한 적 팀이 급습해 깽판을 치고, 데이터를 파괴해 진행을 막는 식이다. 재생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 속도가 느리다 싶으면 적 본진으로 돌진하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
파이널 미션으로 PvP를 하기 싫은 사람을 위해 PvE 우선 매칭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한다. 다만, '우선' 매칭이지 '지정' 매칭이 아니기 때문에 매칭 돌리는 사람들에 의해 PvP 파이널 미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우선 매칭 모드를 설정하지 않을 시 1.2배의 경험치 보너스가 있다. 최대한 다양하게 즐기라는 의도로 보인다.
PvP와 PvE를 섞어 놓은 매칭은 신선한 느낌이다. 리바이어던의 워 게임이라는 게임 설명에도 충실하고, 모드 선택 없이 리바이어던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즐긴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다만 둘 중 하나에 집중하고 싶은 유저나, 좋아하는 모드 위주로 플레이하고 싶은 유저라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캐릭터 경험치가 쌓일 수록 모듈이 개방되는데, 핵심 스킬의 효과를 변경하거나 공격력 상승, 쿨타임 감소 등 전투 방면에서 다대한 영향을 미친다. PvE의 레벨 업 감성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조합에 따라 캐릭터를 자주 변경하게 되는 게임의 특성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 콘텐츠 제한은 유저를 불안하게 해요
게임 전반적으로 시스템이 매우 불친절하다. 게임 세계관에 너무 충실한 탓인지, 에이스가 다짜고짜 워 게임에 떨어진 것처럼 디노 서바이벌도 게임 진행 방식과 관련해 별 다른 설명이 없다. 판 수가 누적되고 플레이어 레벨이 상승할수록 새로운 모드가 해금되는데 모드 진행 방식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오메가 해머 모드에서 아무도 해머를 들지 않아 진행이 막히거나, 점령 미션인데 주변으로 아군이 모이지 않아 속도가 느려지는 건 약과다. 포인트 수집 미션에서 포인트를 아무도 먹지 않아 진 적도 있다. 사람이 문제라기보다 게임에서 설명이 부족해 발생하는 해프닝이다.
콘텐츠 락 또한 불만스럽다. 기자는 스토리에 관심이 있어 디노 서바이벌 매칭을 반복적으로 돌렸는데, 이러한 유인이 없었다면 몇 판 돌리다 비슷한 느낌의 매칭에 지루함을 느꼈을 것 같다. 사실 저레벨 모드 기준 파티원 구성만 다를 뿐, 배치된 공룡이나 진행 방식에는 별 바리에이션이 없다.
플레이어 레벨과 누적 판수에 따라 점차 모드가 개방되는데, 저레벨에 배치된 모드는 화물 운송, 점령 등 다른 히어로슈팅 게임에서 많이 먹어본 맛이다. 심지어 중대 사안인 공룡 배치 또한 종류가 한정돼 있다. 그래서 이 게임만의 고유한 매력을 느끼기에 앞서 반복적이고 지겨운 느낌을 먼저 받는다.
출시된 캐릭터도 많지 않은데 20, 30, 40레벨 제한으로 캐릭터를 묶어둔 것도 불편하다. 게임 패스 유저면 모를까, 풀 프라이스로 구매한 사람들은 스타트 대쉬 패키지를 사야 모든 캐릭터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님버스와 무라사메, 비질 모두 잘 뽑힌 캐릭터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짬짜면 퀄리티는 나쁘지 않은데 배식 제한이 망침
짜장면과 짬뽕 모두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짬짜면은 좋은 선택지다. 그러나 짜장면과 짬뽕 둘 중 하나만 좋아하는 사람에겐 이도 저도 아닌 형편없는 메뉴다.
엑조프라이멀이 딱 그런 느낌이다. PvP 유저도, PvE 유저도 모두 잡고 싶었지만 애매하다. PvP 콘텐츠나 PvE 콘텐츠가 독보적 퀄리티는 아니다. 그렇다면 짬짜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빠르게 내기라도 해야 하는데,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체할까 염려되는지 한 입 크기로 접시에 담아 서빙한다.
솔직히 게임을 하다 보면 맛이 나쁘지 않다. 일단 공룡이라는 치트키 콘셉트는 차치하고라도 랜덤 제공하는 오마카세 모드도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도미네이터는 사용 시기에 따라 판을 뒤엎는 역전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팀이 똘똘 뭉치면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무력감을 느끼지 않아 좋았다. 28일 나오는 새비지 건틀릿도 기대된다.
아쉬운 점은 이 맛있는 과정을 미처 알지 못하고 이탈하는 유저가 많아 보인다는 것이다. 스토리에서라도 후반 해금되는 모드를 찍먹하게 해줬다면 악으로 깡으로 버텼을 텐데, 초반 반복되는 데이터 운송과 점령 몇 판 하고 지루함을 느껴 게임을 그만두는 유저가 많다. 이런 장르 게임은 유저 풀이 중요하다. 개발사가 부디 이를 빠르게 파악해서 개선하길 바란다.
1. 다양한 종류의 공룡 사냥
2. 랜덤 오마카세 모드로 소수 취향도 만족
3. 나쁘지 않은 전략성
1. 초반 콘텐츠 부족
2. 고유성과 차별성 없는 게임성
3. 캐릭터 추가 구매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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