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카르텔 보조금 없애 수해 복구 투입하라”
정부 사과·오송 참사 언급은 없어
이르면 19일 특별재난지역 선포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집중호우 피해와 관련해 “정부는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구조와 복구 작업, 피해자 지원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이권·부패 카르텔’로 규정한 정부 보조금을 전부 삭감해 피해 보전에 투입하라고 했다.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고, 인재 가능성이 거론되는 충북 청주 오송읍 지하차도 참사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르면 19일부터 순차적으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인력, 재난 관련 재원, 예비비 등 정부의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모두발언은 TV로 생중계됐다. 윤 대통령은 피해자에 대한 애도로 서두를 열고 재난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방문한 경북 예천의 산사태 피해 현장을 들어 “그동안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의 산사태”라며 “재난관리 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국민 혈세는 재난으로 인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데 적극 사용돼야 된다”며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된다”고 했다. 마무리발언에서도 “정치 보조금을 전부 삭감해 농작물 피해 농가와 산 붕괴 마을 100% 보전에 투입하라”고 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이권·부패 카르텔’은 전임 문재인 정부와 야권, 야권지지 세력을 싸잡아 비판할 때 주로 등장하는 표현이다. 초당적으로 나서는 재난 대응을 정치화한 것으로 읽혀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까지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제방과 도로 관리 부실 등 ‘인재’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국무조정실 감사와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는 단계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인재 가능성을 언급하는 대신 모두발언에서 두 차례 ‘천재지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선제적·총력적 대응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는 집중호우 관련 대응 지시의 약 3배에 달하는 분량을 들여 순방 성과를 전했다. 우크라이나행에 대해 “다소 위험하고 험난한 길이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우리 국민을 대표해서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회담과 관련, “기시다 총리는 제게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에 관해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유와 아울러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 방류 중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전달한 요구 사항 대신 기시다 총리의 ‘위험 시 방류 중단’ 약속을 전하는 것으로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요약한 것이다.
유정인·유설희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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