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난 그림자 아이…"위기 임산부 지원 시급"
[EBS 뉴스]
서현아 앵커
미등록 아이 전수조사 이후 남은 과제, 취재기자와 조금 더 짚어보겠습니다.
서진석 기자, 아직도 814명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전수조사 이후에도 남은과제가 많아 보여요.
서진석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28일부터 채 20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진행된 조사란 점에서 아직 실태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고요.
수사 중인 아동도 814명이나 되는데요.
경찰은 "수사 중인 아동이 모두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고, 건수가 많아 언제까지 마무리된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외국인 아동도 4천여 명으로 추산되는데요.
법무부는 "질병청에서 보유한 개인 정보 대상으로 파악할 예정이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심의 의결을 요청한 상태"라며, 추후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늘 브리핑 과정에서 "여가부‧복지부‧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위기 임산부 지원 강화 정책을 가능한 빨리 논의하겠다"고만 말하며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선 오늘 영아 유기와 관련한 형법이 개정됐다고요?
서진석 기자
그렇습니다.
국회는 오늘 오후 본회의를 열고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영아에 대한 살인과 유기가 일반적인 살인과 유기에 비해 형량이 낮은 법 조항을 고친 것인데요.
법이 통과됨에 따라, 약 6개월 뒤부터는 영아를 살해하는 범죄도, 5년 이상의 징역이나 사형·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고, 존속살해죄는 7년 이상의 징역 또는 사형‧무기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오늘 본회의에서 나온 발언,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소병철 의원 / 국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더불어민주당)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를)형법 제정 이래 70년 만에 폐지하는 것으로 그간 일반 범죄에 비해 형이 감경되었던 부분을 제거함으로써 일반 살인죄, 유기죄를 적용하게 되어 영아의 생명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서현아 앵커
처벌 수위를 높이면 경각심을 줄 수야 있겠지만, 우려도 나오죠.
유기 자체를 막기 위해 보호출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부분은 어떻습니까?
서진석 기자
내년부터 출생통보제, 즉 모든 신생아의 출생을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되는데요.
음지에서의 출산을 막기 위해 보호출산제가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찬반 양론이 뜨겁습니다.
찬성 측은 출생 신고를 꺼리지만, 생명을 살리고 싶은 이들을 위해선 보호출산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양승원 사무국장 / 주사랑공동체(베이비박스 운영 기관)
"근친, 10대, 미혼모 또 불법 체류자, 이런 분들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이런 사례 같은 경우에는 익명 출산을 통해 아기들의 생명을 살리는 관점을 그 부분에 주안점을 둔 법안(보호출산법안)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반면, 반대 측은 임신 중단권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진 뒤, 보호출산제는 최후의 선택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아이를 낳는다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최형숙 대표 / 미혼모협회 '인트리'
"선행돼야 될 거는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줘야 하고 아이를 임신하고 낳기로 결정했으면, 낳기로 결정한 권리를 가졌으면 의무도 다 해야 되는 게 맞는 거잖아요."
찬반 측 모두 공통의견도 있었는데요.
엄마가, 위기 임산부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게 보호출산제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서현아 앵커
아기를 포기하기까지 임산부들이 겪는 사연도 많을텐데요. 위기임산부에 대한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서진석 기자
네, 실태부터 짧게 말씀드리면요.
EBS취재팀이 최근 6년 사이에 영아를 유기하거나 살해한 판결문 46건을 분석해봤는데요.
연령이 알려진 사례 14건 가운데 11건은 10대나 20대인 미혼모나 미혼부로 확인됐습니다.
또, 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한 뒤 영아를 유기하거나 임신 뒤 친부와의 연락이 두절되는 등 홀로 출산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이처럼 위기 임산부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한데요.
아동권리보장원 정익중 원장은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어디서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애니 스톱' 시스템과 위기 임산부에게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주민센터의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위기 임산부를 위한 종합 대책을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해외에선 어떤 대책을 갖고 있습니까?
서진석 기자
한국의 보호출산제와 비슷한 법안이 있는 나라는 프랑스와 독일이 대표적인데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은 익명출산제를 도입해, 산모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의료기관은 산모에게 어떠한 서류를 요구하거나 조사를 하지도 않고요.
거꾸로 독일의 비밀출산제는 태생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산모의 신상은 비밀에 부쳐지지만, 자녀가 16세가 되면 자신의 엄마에 대한 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제도를 열어뒀습니다.
반면 출생통보제 도입을 권고한 UN 아동권리위원회는 익명 출산에 대해선 소극적인 입장이었는데요.
지난 2019년 한국 정부를 향해 "아동에 대한 익명 유기를 허용하는 베이비박스를 금지하고, 병원에서의 비밀출산제 도입 가능성을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권고했습니다.
연구 결과도 일부 갈리는데요.
오스트리아에서는 익명출산을 도입한 이후 영아 유기가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익명출생 아동의 단 1.5%만이 자신의 정체성을 추적하였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림자처럼 살았던 아기들, 전수조사를 통해서야 겨우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출산하고 태어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보완이 시급해 보이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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