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조 카르텔’ 핵심 권영준 대법관 임명동의해준 국회

기자 2023. 7. 18. 20: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동의안은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의원 265명 가운데 찬성 215명, 반대 35명, 기권 15명으로 가결됐다. 권 후보자가 5년간 대형 로펌 등에 법률의견서를 써주고 18억원의 대가를 받은 결정적 흠결이 있음에도 6년간 대법관을 수행할 자격을 부여한 것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권 후보자는 2018년부터 5년간 김앤장 등 거대 로펌 7곳에 법률의견서 63건을 써주고 18억여원의 소득을 올렸다. 로펌이 진행하는 소송에 참여하면서 교수급여보다도 많은 고액보수를 매년 받아왔다.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한 서울대법이 금지하고 있는 영리행위임은 물론이다.

권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법률의견서를 제출하라는 국회 요구에 ‘비밀유지 의무’를 들어 단 1건만 공개하는 등 국회 검증 절차를 사실상 무시했다. 그런데도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부적격’ 소수의견을 붙이는 방식으로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법조계 출신이 15%로 가장 많은 국회가 ‘동업자 봐주기’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는 대법관이 되면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최근 2년간 법률의견서를 제출했던 로펌들이 대리하는 모든 사건은 회피하겠다고 했지만 말장난이나 다름없다. 그 말대로라면 대법관이 돼 다룰 수 있는 사건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필드에서 선수로 뛰던 사람이 심판이 된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요즘 각 분야에서 이권·부패 카르텔을 타파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카르텔이 가장 강고하게 형성된 곳이 법조계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다. 대형로펌과 장기간 특수관계를 유지해온 권 후보자는 ‘법조 카르텔’의 핵심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권 후보자가 대법관이 된다면 대법원은 신뢰받을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은 권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을 재고해야 한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