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적심사위 광복회장 뺀 정부, 입맛대로 서훈 심사할 건가
국가보훈부가 지난 3일 광복회장을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 당연직 위원에서 뺀 것으로 확인됐다. 광복회는 즉각 “나라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항의했다. 광복회는 독립유공자와 유족·후손들이 결성한 보훈단체다. 명실상부한 독립운동 대표 단체의 장을 공적심사위에서 뺀 것은 온당치 않다. 독립유공자 서훈을 정부 입맛대로 하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보훈부는 규정을 고치며 관계기관인 광복회 의견도 묻지 않았다고 한다. 광복회장이 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않아 당연직에서 뺐다고 하는 궁핍한 논리만 내세우고 있다. 심사위 의결조건도 ‘재적 과반수 출석, 출석 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서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완화됐다. 광복회도 빼고, 공적심사 기준도 정부 판단이 반영될 여지가 커졌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지난 2일 “가짜 유공자 논란을 불식하겠다”고 했다. 친북 활동이나 허위 공적 등으로 논란이 된 독립유공자 서훈은 박탈하고, 친일·독재자 논란엔 관대한 조치를 예고한 걸로 해석됐다. 역사 뒤집기 행보는 백선엽 장군을 향해 두드러진다. 박 장관은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19일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추모식을 앞두고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별”이라 칭송했고, 이승만기념관 건립도 적극 나서고 있다. 보수진영의 ‘이승만 띄우기’에는 이 전 대통령의 토지개혁을 높이 평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가세했다. 하지만 백 장군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간도 특설대 당시 조선인에게 총포를 쏜 걸 인정했고, 이 전 대통령은 4·19혁명에서 독재자의 길이 끝났다. 역사는 사람의 공과를 있는 그대로 적어 후세가 평가하게 해야 한다.
보훈부의 갑작스러운 공적심사위 개편은 친일·보수 유공자 서훈을 확대하고, 진보·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포상 기준은 엄격히 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광복회장 공적심사 제외도 그 포석일 수 있다. 제대로 된 공론화 없이, 정부가 독립유공자 기준을 임의로 바꾸는 것은 갈등만 증폭시키고 국민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 정권에 따라 바뀌는 ‘고무줄 잣대’로 어떻게 독립유공자라는 최고의 명예를 인정할 수 있겠는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 했다. 보훈부는 광복회장을 심사위원에서 제외한 꼼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하라고 국회가 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해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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