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해 복구·예방비 추경하고 농축산물값 폭등 대비해야
열흘 가까이 이어진 폭우로 전국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귀중한 인명은 물론이고 가옥 파손, 농경지 유실 등의 물적 피해도 막심하다. 예고된 재난이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안이한 대처로 피해가 커졌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추가 재해를 막고, 수해 복구와 피해자 지원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18일 “빠른 시일 내에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인력, 재난 관련 재원, 예비비 등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해 복구와 피해자 지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지금까지 발생한 피해엔 예비비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예비비 규모는 재해 지원을 위한 목적예비비 2조8000억원과 용처 제한이 없는 일반 예비비 1조8000억원 등 4조6000억원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농경지 침수 면적만 3만㏊가 넘는다. 충청·경북·전북을 중심으로 공공시설 912건, 사유시설 574건의 피해가 집계됐다. 1만2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5000명은 아직 대피소에서 숙식하고 있다. 도로 사면유실·붕괴는 157건, 하천제방유실은 159건에 이른다.
정확한 피해액은 비가 그쳐야 집계 가능하지만, 이날도 경기남부와 경남에 시간당 30~60㎜, 강원중남부·충청·경북내륙·호남·제주에 시간당 10~30㎜ 폭우가 이어졌다. 정부는 이르면 19일 경북·충북 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는 계획인데 이것만으로도 수조원이 들어간다. 특별재난지역에서 주택 파손 피해자는 200만~1600만원을 국고로 지원받고, 농업·어업·임업 피해자 역시 생계비를 지원받는다.
폭우로 서민들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당장 식탁 물가가 비상이다. 채소값이 일주일 새 50~150% 올랐다. 축사가 물에 잠겨 가축 폐사도 많았다. 농축산물값이 오르면 외식 물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보장했던 흑해곡물협정이 러시아의 연장 거부로 종료돼 국제 식량 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장마가 끝나면 폭염이 본격화되고 8·9월엔 태풍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구체적인 예산 확보 계획 없이 ‘카르텔 척결’을 통한 보조금 구조조정만 강조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윤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을 허투루 쓰면 안 되고, 국가 보조금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건 중요하다. 부패 카르텔을 일소하겠다는 대통령 의지도 존중한다. 그러나 보조금 폐지로 확보되는 예산은 일러야 내년 초 투입이 가능하다. 수해 복구비는 신속한 집행도 중요하다. 정부는 과거 대규모 수해에 여러 차례 추경을 편성해 대응했다. 재정 건전성을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윤 대통령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여야는 수해 복구와 예방, 민생 구제를 위한 추경 편성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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