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팔기만 하면 잘 될거야”…변화 못 읽은 한국뷰티, 먹구름 잔뜩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3. 7. 18. 20: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국내 대표기업들은 10여년 전인 2013~2015년 사이에 중국 경기 호황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때만 해도 중국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었다. 대중 수출이 늘어나면서 중국 투자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기업들은 불과 10여년 만에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북미 전기차 등 산업과 시장 전환에 성공한 자동차 2차전지 에너지 등의 기업은 중국 실적 감소 영향에서 벗어났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실적이 쪼그라들거나 10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고성장이 저물고 중저성장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이에 맞는 수출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시장대체에 성공한 기업이라도 중국 대륙 거대시장에서 존재감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0여년간 중국 시장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업종은 화장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014년 매출 3조8000억원과 영업이익 5600억원을 넘기며 큰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2015년 상반기만 해도 매출액이 2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4800억원에 달했다. 증시에서도 스타기업이었다. 2013년말 100만원(액면분할 전 기준)을 넘긴 주가는 불과 1년 만에 300만원을 넘었고, 400만원까지 뛰어넘었다. 중국 시장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였다.

하지만 중국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경기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아모레의 올 상반기 매출은 2조원을 밑돌고, 영업이익도 1000억원을 가까스로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2015년 상반기에 비해 매출액은 25%, 영업이익은 80%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기업의 미래가치까지 담은 시장의 평가는 더 냉정하다. 지난 2015년 상반기말 기준 24조4000억원이던 아모레퍼시픽 시가총액은 지난 17일 기준 6조2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아모레와 함께 화장품 대표 기업인 LG생활건강의 실적도 10여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이로인해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12조원에서 7조3000억원으로 급감했다.

호텔 카지노 면세점 등 중국 소비에 의존하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호텔신라는 4조3000억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강원랜드는 7조9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아울러 화학·철강과 같은 중간재와, 건설기계가 포함된 자본재 기업들도 중국의 수혜를 톡톡히 본 기업이다. 2010년대 중국은 경기 활성화의 가장 효과적인 카드로 부동산 경기 부양을 사용했다. 도로, 교량, 항만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면 한국 자본재 기업들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산업기계와 자재를 대량으로 내다 팔았다.

그러나 중국의 산업 구조 변화와 함께 이같은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더 이상 한국 소비재를 ‘고급’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국 브랜드를 애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중국 브랜드들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인프라 투자도 더 이상 대규모 토목 프로젝트 위주가 아니다.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데이터센터, 5G 통신망 등 투자의 분야가 바뀌었다. 이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끼어들 틈이 적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5G통신망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밸류체인은 화웨이, ZTE 등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며 “가격과 품질 경쟁력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자본재·소비재 수출 비중은 2021년 이후 2년 연속 급감하고 있다. 여전히 중간재 비중에서는 1위, 자본재와 소비재에서는 2위라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추세는 하락하기 시작한지 오래인 것으로 분석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개별 기업들은 현지 투자를 보수적으로 하고 유동성을 확보해 향후 경기 사이클이 살아날 때를 기다려야 한다”며 “동시에 인도 등 성장동력이 풍부한 나라들로 다각화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중국에 의존했던 많은 기업들이 신사업 분야를 발굴하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 성과를 내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는 25%까지 높았던 현대차는 현재 중국 비중이 10%도 되지 않는다. 대신 미국과 유럽 시장으로 눈을 돌려 이들이 선호하는 대형·고급 브랜드 전략을 취하고 있다. LG화학 역시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분야로 일찌감치 눈을 돌렸다. 지난 1분기 기준 LG화학의 중국 매출 비중은 41%로 2015년 당시(49%)에 비해 여전히 높은데,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 여전히 중국 시장에서도 수요가 있는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에서 변화한 중국 시장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강 연구원은 “과거 한국이 중국에 범용 제품을 수출하는 데 전반적으로 집중했다면 현재는 중국 기술력이 많이 올라가고 자금력도 높아졌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중국의 역할을 현재는 인도와 동남아시아가 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은 고부가가치 제품, 고급 소비재 중심으로 공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2-3선 도시에 대한 진출전략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