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 우려… 증권사 덮쳤다

이도형 2023. 7. 18. 20: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긴축기조 장기화·재택근무 확산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
미래에셋·이지스운용 대출·투자
홍콩·독일 빌딩 대규모 손실 위기
중소형 증권사 PF 부실 위험에
대형사에는 해외 리스크 ‘빨간불’
국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에 직면하며 홍역을 치르고 있는 증권사들이 이번엔 해외 부동산의 ‘칼날’과 마주했다. 글로벌 긴축기조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퍼진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앞서 투자했던 국내 증권사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지는 형국이다. 국내 부동산 PF 부실위험이 중·소형 증권사들에 더 위협으로 다가왔다면, 해외 부동산 리스크는 대형 증권사들로 향한다. 부동산 침체 국면이 계속되면서 금융투자업계로서는 쉽지 않은 국면을 계속 맞이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 산하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이날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 대출을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의 80~100%를 상각하기로 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6월 펀드를 조성해 중순위(메자닌)로 해당 빌딩에 당시 환율 기준 2800억원을 대출했다. 그런데 코로나19 및 홍콩 시위 등으로 빌딩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선순위 대출자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체방크 등이 빌딩을 매각하면서 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국면을 맞이했다. 펀드에는 우리은행, 한국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 등 증권사, 보험사,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은 물론 최소 가입 금액 10억원 이상인 초고액자산가(VVIP)들이 대거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17일 자사펀드(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를 통해 투자한 독일의 한 건물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공지를 띄웠다. 건물의 주요 임차인이었던 ‘데카방크’가 더는 임대를 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대규모 공실 문제가 불거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고유자금 투입 관련 검토 및 국내 기관투자자와의 협의를 통해 추가 자본금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국내외의 시장 상황으로 자금의 원활한 모집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빌딩을 임의 매각할 경우 1350억원을 조달한 하나증권과 380억원을 출자한 키움그룹 등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부동산, 특히 상업용 부동산 부실화가 국내 금융투자업계를 직격하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7일 기준 해외부동산 펀드 순자산 총액은 77조7035억원으로 2019년 말 55조5435억원 대비 40% 증가했다. 특히 이번에 부실이 발생한 홍콩 빌딩처럼 해외 부동산 투자의 약 70%가 오피스에 몰린 것으로 알려진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1분기 유럽의 오피스 공실률은 미국 공실률을 밑돌긴 하지만, 거래액은 1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면서 “스웨덴과 독일을 중심으로 전체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전기 대비 62%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다수 증권사가 해외 투자에서 중순위나 후순위로 참여해 자금 회수에서 불리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17일 진행한 웹캐스트에서 “해외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의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해외부동산 비중이 대형 증권사의 경우 24%로 중·소형 증권사의 11%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한신평은 올해 하반기 증권사들의 우발부채와 해외 대체투자 부실화 위험에 따라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빅토리아항 모습. AFP연합뉴스
국내 부동산 PF 위기국면도 아직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세계일보가 연합인포맥스에 등록된 국내 26개 증권사의 국내 부동산 PF 신용공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14일 기준 20조9305억원으로, 올해 1월1일 기준 21조4851억원 대비 5546억원(2.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확약 감소분이 크지 않은 탓이 크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0일 해외 대체투자와 부동산 PF 관련 증권사 임원들을 불러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