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재난 대처, 시스템이 없었다
'제방만 부서진 게 아니라 영혼도 부서졌다.'
2005년 8월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 주민이 남긴 말입니다.
역대급 강풍과 집중 호우로 미시시피강 하구에 있던 제방이 붕괴되며 도시의 80%가 물에 잠겼고 천800명 이상의 주민이 숨졌죠.
국토안전부 장관과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허리케인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지만, 수많은 사람이 고립돼 죽어가고 구호품조차 전달되지 않는 참상이 보도되면서 재난관리 시스템의 붕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사흘 전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정부와 지자체의 미비한 하천 관리가 불러온 '관재'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는 미호천교와 직선거리가 600m 정도고, 가까운 제방과는 200여m 남짓한 데다 인근 논밭보다 지대가 낮아 침수가 예견됐던 곳이었지만, 행정당국이 홍수 경보가 내린 뒤 4시간이 지나도록 차량통제를 하지 않았거든요.
사고 한 두 시간 전, 112에는 궁평 지하차도를 빨리 통제해달라는 시민 신고까지 있었지만 이미 침수가 된 후에도 청주시가, 버스회사에 지하차도로 가라고 통보했다니, 뭐 말 다 했죠.
그런데도 자기네 책임이 아니랍니다. 흥덕구청은 금강홍수통제소의 침수위험 통보를 '시청에 전달했다'고, 청주시청은 '도청 관할'이라고, 충북도청은 '불가항력인 데다 문제는 부실한 제방'이라고요.
"이상 현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어제, 집중호우 대처 중대본 회의)
강원도 정선에서는 군도 3호선 피암터널 입구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해 암석이 도로를 덮쳤지만, 군청이 사전에 드론으로 산사태를 감지하고 도로를 차단함으로써 인명피해를 막았습니다.
행정당국의 조치가 이렇게 사람 목숨을 가릅니다.
국가하천인 미호강 관리 주체는 기본적으로 정부입니다. 하지만 5대강 본류와 일부 국가하천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자체 책임이라고요? 하지만 개축은 국토관리청 소관이라고요? 하지만 도로 통제는 충북도라고요?
어쩌지요, 국민 눈엔 다 우리가 세금 내서 일하는 국가 소관인데요.
소홀한 행정으로 사람이 죽었으니, 말 그대로 '살인'인데, 저들의 핑퐁이, 잘못했다는 말은커녕 앞으로도 또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말로 들리니, 세금 내고 목숨 맡겨야 하는 국민은 기가 막힙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재난 대처, 시스템이 없었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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