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명백한 인재"…임시 제방·허술 대응이 원인

김소연 기자 2023. 7. 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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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하게 설치된 임시 제방·행정당국의 행정 부재 지적
경찰, 관할 지자체 수사 돌입…중대시민재해 적용 검토
사진=대전일보DB

24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를 두고 '명백한 인재(人災)'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실하게 설치된 임시 제방과 사고 이전부터 당일까지 이어진 지하차도 설계·관리 결함 등 행정당국의 허술한 대응이 이번 참극을 빚게 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적용을 염두에 두고 참사와 관련된 관할 지자체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미호천교 재가설 공사현장 옆에 설치된 제방이 무너져내리면서 시작됐다. 계속되는 폭우를 견디지 못한 제방이 유실되면서 6만t 가량의 많은 물이 불과 2-3분 만에 지하차도를 가득 채운 것이다.

이 제방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사업을 준비하며 임시로 만들어진 것이다. 행복청은 도로 확장 공사에 필요한 새로운 교각을 설치하기 위해 기존 제방을 허물고 임시 제방을 올렸다. 문제는 이 임시 제방의 높이가 턱없이 낮았다는 것. 인근 주민들은 임시 제방이 주변 제방 높이보다 낮아 많은 물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송읍 궁평리 주민은 "사고가 나기 몇 시간 전에 나가보니 임시로 쌓은 둑은 이미 30㎝ 밑까지 물이 차 있었다"며 "기존 둑은 3m 밑 정도까지 (강물이) 여유가 있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행복청은 "임시 제방은 미호강의 계획 홍수위에 맞춰 조성했다"며 "이번에 홍수 수준을 넘을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천재지변으로 제방이 유실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시 제방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행정당국의 '행정 부재'다.

금강홍수통제소는 15일 오전 4시 10분 미호천교 주변에 홍수 경보를 발령했다. 이어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등 관계기관 76곳에 통보문과 문자를 발송했다. 이후 오전 6시 34분에는 직접 유선으로 청주 흥덕구청에 주민 대피·통제를 요청했다. 오전 7시 30분쯤에는 마을 주민의 신고도 들어왔다. 주민은 119에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취지로 신고했고, 119는 신고 내용을 시청에 알렸다.

하지만 이중 어느 기관도 지하차도 통제에 나서지 않았다. 특히 사고 전후로 안일하게 대처한 충북도와 청주시가 뭇매를 맞고 있다.

사고 발생지인 궁평2지하차도가 포함된 508번 지방도의 관리 주체는 충북도로, 강우량과 하천 수위 등을 따져 적절한 시점에 지하차도의 통행을 통제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충북도는 대응 매뉴얼상 지하차도 중심 부분에 물이 50㎝ 이상 차올라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제하지 않았다.

청주시는 사고 발생 20분 뒤인 오전 9시가 돼서야 오송읍으로부터 지하차도가 침수됐다는 연락을 받고 충북도에 알렸다. 심지어 사고 발생 9분이 지난 시각, 강내면에서 미호강을 건너 오송역으로 향하는 도로가 침수되자 시내버스 업체들에게 이미 침수된 궁평2지하차도로 우회 운행하라는 안내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도 이번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은 오전 7시 2분과 7시 58분 두 차례에 걸쳐 상황실에 걸려온 "궁평 지하차도 차량 통행을 막아달라"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하지만 출동 지시를 받은 관할 파출소 직원들은 궁평1지하차도와 쌍청리교차로 등 엉뚱한 지역에 배치됐다. 경찰이 최종적으로 궁평2지하차도에 도착한 시각은 사고 발생 20여 분 뒤인 오전 9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궁평2지하차도가 애초부터 통제권 밖에 있었다는 사실도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9년 전국에 있는 위험 지하차도 145곳을 세 등급으로 분류하고 '호우경보' 등이 발령되면 즉각 통제하도록 했다. 다만 궁평2지하차도는 통제되지 않았다.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가 별도의 세부 매뉴얼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궁평2지하차도는 전국 단위의 통제권 안에 속하지 않았던 셈이다.

충북경찰청은 이번 참사에 대해 전담수사본부를 꾸려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와 보고 체계를 우선 조사하고 제방 관리가 참사의 원인이라는 의혹도 살필 방침이다. 관계 공무원들의 부실 대응이 확인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중대재해법상 중대시민재해 조항 등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뉘는데, 공중이용시설 등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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