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으로 붙어야 산다" "정신 차리라"…서로를 지킨 시민들
지하차도에서 살아나온 9명 역시 정부 부처나 기관이 구해줘서가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도와 살았습니다. 저희가 만난 한 생존자는 "누군가 벽으로 붙어야 한다고 소리쳐 줬는데, 정작 그분은 휩쓸려 갔다"고 전했습니다.
윤정주 기자입니다.
[기자]
주말 출근하던 길.
매일 다니던 도로가 잠기자 택한 건 지하차도 쪽이었습니다.
여기저기 길이 막혔고 이곳은 진입 금지 표시가 없었습니다.
[생존자 : (도로가) 유실이 돼서 회차하고 있더라고요. 지각할 것 같아서, 그쪽은 좀 그래도 괜찮겠지 해서…]
다른 차량들도 무심히 차도로 들어갔습니다.
[생존자 : 왜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막 흐르잖아요. 그 정도였어요.]
차로로 들어간 뒤 순식간에 물이 찼습니다.
놀라 남편에게 전화했습니다.
[생존자 : (남편이) 왜 전화부터 하고 있느냐 당장 창문으로 탈출하라고. 이미 창문까지 물이 찼더라고요.]
물에 떠밀려온 다른 자동차 위로 기어 올라갔습니다.
살아야 했고, 주변 사람들은 서로 소리쳤습니다.
[생존자 : 벽에 붙어야 산다고 누가 소리 질러주셔서 우리는 다 붙었는데 그분이 차 지붕에서…]
이름 모를 그 남성, 이 순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생존자 : 이쪽으로 오려고 수영을 하는데 물살 때문에 멀리 떠내려가셨죠.]
가까이 있던 3명이 함께 난간에 올라갔고 조금씩 밖으로 움직였습니다.
전깃줄 잡고 40분 남짓 버텨야 했습니다.
[생존자 : 남자분이 제 머리보다 높게 물이 찼을 때 자기 목덜미, 옷 잡게 해주시고 또 다른 분이 정신 차리라고 소리 막 질러주셔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미안합니다.
[생존자 : 돌아가신 분들 사연들 보면 내가 저렇게 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각자도생에 내몰린 시민들은 서로 지켜냈습니다.
(화면제공 : 플라잉 픽셀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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