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끼려고 이런 짓을”...미국 발칵 뒤집은 독성 케이블 ‘후폭풍’

박윤예 기자(yespyy@mk.co.kr) 2023. 7. 1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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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 케이블 토양 오염 방치 논란
미국 주요 통신사들 주가 급락
AT&T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주요 통신사들이 독성 납 케이블을 방치했다는 논란에 따라 미국 1·2위 통신사 AT&T(T), 버라이즌(VZ)의 주가가 7% 급락했다. 미국 통신사의 실적이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악재에 AT&T 주가는 30년 만에 최저치로, 버라이즌은 13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반면 중국 통신주들은 중국 정부가 10년 먹거리로 점찍은 디지털 경제 정책의 수혜주로서 강세를 띠고 있어 대비된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AT&T는 전거래일보다 6.7% 급락한 13.53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93년 3월 이래 최저치다. AT&T는 최근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들어 주가가 27.8% 하락했다. 버라이즌의 주가는 7.5% 떨어진 31.46달러로 마쳤는데 이는 2010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버라이즌 주가도 올해 21.6% 하락한 상태다.

주요 통신사의 주가가 하락한 건 이들이 2000개 이상 지역에서 과거 사용했던 독성 납 케이블을 방치해 토양 및 수질 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논란이 되고 있어서다. WSJ은 미국 전역의 케이블이 설치된 130곳에서 퇴적물을 조사한 결과 샘플의 약 80%에서 안전 기준보다 높은 농도의 납 성분이 발견됐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통신사들이 이런 위험성을 알면서도 막대한 비용을 줄이고자 납 케이블을 방치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AT&T는 “회사 자체 테스트 결과와 해당 보도가 상충한다”며 이를 부인했다. 버라이즌은 “납 피복 케이블에 대한 우려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WSJ이 오염을 발견한 장소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명 투자은행들이 미국 주요 통신회사의 투자등급을 잇달아 강등하고 있다. 이날 시티그룹은 AT&T, 프론티어 커뮤니케이션(FYBR), 텔레폰 앤드 데이터 시스템스(TDS) 등 통신업체의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일제히 내렸다. 이날 AT&T(-6.7%) 외에도 FYBR(-15.8%), TDS(-8.4%)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씨티는 버라이즌에 대해서는 이미 중립으로 내린 바 있다.

앞서 JP모간도 지난 주말 미국 통신기업들의 투자등급을 모두 하향했었다.

마이클 롤린스 시티 애널리스트는 “납 피복으로 구축된 구리 네트워크는 회사마다 익스포저 비중이 다양하지만, 전국적으로 구축된 네트워크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라며 이에 대한 재정적 위험을 구체적으로 정량화할 수는 없지만, 정확한 자료를 얻기까지 몇 달이 걸릴 수 있고 완전한 해결에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통신 업계가 전국적으로 모든 납 케이블을 제거하는 데 약 590억 달러(약 75조원)가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AT&T는 작년 기준 미국 1위 통신사로 시장점유율은 45%를 차지하고, 2위 버라이즌 30%, 3위 T모바일 23% 수준이다. ‘순수 통신회사’ AT&T의 사업 부문은 크게 모빌리티(매출의 68%), 비즈니스 와이어라인(18%), 소비자 와이어라인 서비스(11%)로 나뉜다. 지역별로 북미에서 매출의 97%가 나오고 남미에서는 3%만 나온다.

원래 AT&T는 대표적인 배당귀족주였으나 최근 배당 삭감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AT&T가 예상보다 저조한 1분기 실적을 내놨기 때문이다. 박현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미디어 사업부문인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과 분사 이후로 작년 1분기부터 배당컷(삭감)에 돌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AT&T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301억4000만 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 302억4000만 달러를 밑돌았다. 다만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4.7% 증가한 0.6달러를 기록해 예상치 0.58달러를 웃돌았다.

특히 모바일 후불요금제 신규 가입자가 42만4000명 증가에 그쳐 전년동기 69만1000명에 비해 40% 감소하자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산됐다. 또 배당의 원천인 잉여현금흐름(FCF)이 5G 및 광섬유 등에 대한 투자와 성과급 지급 등으로 전년대비 65% 급감한 10억달러에 그친 것도 우려를 키웠다. 회사측에서는 연말 기준 16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발표하는 날 AT&T와 경쟁사인 버라이즌 주가는 각각10.4%, 3.6% 하락했다.

반면 중국 통신회사 주가 흐름은 좋은 편이다. 통신사 가운데 세계 시총 1위인 차이나모바일 주가는 올해 들어 22.3% 상승했다. 이어 중국 2위 차이나텔레콤 주가도 올해 24.1% 올랐고, 통신장비 업체인 ZTE는 올해 65.5% 올랐다.

중국 통신주가 강세인 이유는 디지털 차이나 정책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디지털 차이나 건설 전면 배치 계획’을 발표, 2035년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강국 건설을 목표로 농업부터 제조업, 금융, 교육, 의료, 에너지 등 다방면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이루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제시했다.

최원석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및 데이터 자원 관리에 강점을 지닌 국유 통신 사업자들이 우선적으로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현 주가 강세를 지지하는 배경”이라며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텔레콤 모두 5G 가입자 확대 효과로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가 2년 연속 증가세이며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신사업의 가파른 성장이 확인되는 등 실적 체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세계 통신사 주가가 약세를 띠고 있다. 국내 통신사도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SK텔레콤과 KT 모두 올해 들어 각각 3.9%, 9.9% 하락했다. 일본의 NTT도코모는 올해 7.3% 상승하긴 했으나 일본 도쿄의 닛케이255지수가 올해 26% 상승한 것에 비하면 저조했다. 영국의 보다폰(VOD) 주가는 올해 16.3%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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