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 ‘골프 논란’ 홍준표 징계절차 개시 논의

조문희 기자 2023. 7. 1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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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이동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오는 20일 회의를 열어 폭우 피해가 속출한 지난 주말 골프를 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할지 결정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당 지도부가 이날 홍 시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하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실상 윤리위 징계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홍 시장에 각을 세웠다. 김기현 대표는 “당 소속 지자체장 등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없도록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국민 대표로서 재난 상황에 헌신해야 할 공직자가 책무를 다하지 못함은 물론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전 국민이 피해 보는 상황에 골프장을 찾는 건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는 그러면서 홍 시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후 12시간도 안돼 윤리위가 직권으로 윤리위 논의 절차를 개시했다. 이를 두고 당이 홍 시장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고, 당무감사 없이 윤리위 절차를 개시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20일 회의에서 징계 개시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헌·당규 윤리규칙 안에 ‘당직자, 선출직 당 소속 공직자는 재난이나 대형사고 발생시 유흥, 골프 등을 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서 당에서 홍 시장을 걸면 걸린다”고 말했다. 당은 홍 시장의 언행이 당헌의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품위를 유지할 의무’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은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구설수를 미연에 방지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에 대선 후보까지 지낸 홍 시장 징계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이 홍 시장 문제를 짚지 않았다면 방관한 지도부의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가 취임 후 자신에 대한 날 선 발언을 이어온 홍 시장에게 칼을 뽑아든 것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3월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 대표가 카리스마가 없고 미지근하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 있냐”는 말을 썼다가 지우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4월13일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홍 시장은 지난 5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옹졸한 김기현 대표”라고 말하며 앙금을 드러냈다.

홍 시장은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한 지난 15일 골프장을 찾아 논란이 됐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호우경보가 발효되면 단체장은 업무 총괄만 하면 되고 정상 근무나 자택 대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말에도 나는 똑같이 업무총괄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는 비상 2단계에 불과했다. 비상 2단계 발령시 위수지역만 벗어나지 않으면 무얼하든 상관없다”며 “골프를 이용해서 국민 정서법을 빌려 비난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아직도 국민 정서법에 기대어 정치하는 건 좀 그렇다”고 주장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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