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보조금 활용" vs "추경 편성"… 수해 복구 여야 `기싸움`

김세희 2023. 7. 1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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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4.6조 재난 대책비 활용가능"
野 "루시때도 추경 편성" 반박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집중호우 피해 현장 방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충남 공주시 탄천면 비닐하우스 농가를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수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여야가 수해 복구 재원을 두고 충돌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이권카르텔·부패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해서 재원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수해를 빌미로 거듭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예산을 아껴 수해 복구에 사용하자는 정부 입장과, 빚을 내 복구 자금을 마련하자는 입장이 맞서는 것이다.

◇정부, 수해 복구 지원 "정부 예산으로 가능"= 정부 여당은 '건전 재정' 원칙상 추경 편성에 부정적이다. 윤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보조금 예산을 재난 대응에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수해 추경 요구를 차단하기 위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그러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 인력, 재난 관련 재원, 예비비 등 정부의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여당도 추경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경에 대해서 정부가 동의하고 있지 않다"며 "당도 같은 입장"이라며 추경 편성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부 여당은 각 부처의 재난대책비(3790억원)에 예비비, 부패 카르텔에 대해 주어지던 보조금까지 투입해 수해에 대응할 계획이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때엔 사유·공공시설 피해 복구비의 50~80%를 국비로 지원한다. 정부 각 부처에 편성된 재난대책비가 우선 배정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2000억원, 행안부 1200억원 등을 모두 더하면 올해 예산 기준으로 3790억원 가량 쓸 수 있다. 1조원에 달하는 행안부의 재난안전특별교부세도 있다. 이미 행안부는 응급 복구와 이재민 구호를 위해 106억5000만원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추가로 수해 지원 등에 필요한 곳에 행안부 판단에 따라 1조원 내에서 지출이 가능하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뚜렷한 용도를 두지 않고 편성한 예산을 뜻한다. 이재민에 대한 긴급생활지원금이나 피해 복구 등에 예비비 활용이 가능하다. 재난대책을 위한 목적 예비비가 올해 2조8000억원으로 책정됐고, 일반 예비비까지 합치면 총 4조6000억원까지 활용 가능 재원이 늘어난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재난 등 비상사태 때는 내년도 예산 1조5000억원을 끌어와 사용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호우로 인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가지고 있는 재원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며 재난으로 인한 추경은 지금껏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2006년 태풍 에위니아 등 세 번뿐이었는데 당시와 비교했을 때 피해 규모가 크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고 보조금은 올해 102조3000억원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보조금 규모는 42조원 넘게 급증했다. 이를 아끼면 상당 재원을 수해 복구에 투입할 수 있다.

◇야당선 또다시 "추경 당위성 분명"= 반면 민주당은 피해 지원을 위해선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하반기 경제 상황과 원활한 수해복구를 위해서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며"홍수 피해가 상상 이상으로 커져서 추경 편성의 필요성이 더욱더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수해 규모가 늘어나는 데다 폭우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추경 편성을 다시 강조한 셈이다. 민주당은 이번 폭우 이전에도 '3폭'(폭염·폭우·물가폭등)을 내세워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제안한 바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집계를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내린 폭우로 이날 오전까지 주택 274채가 침수되고 46채가 파손됐다. 일시 대피한 사람은 전국 8062가구 1만2777명으로 집계됐다. 공공시설과 사유시설은 각각 912건, 574건의 피해가 접수됐고, 하천 제방과 도로의 파손·유실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침수와 낙과 유실 등 현재까지 피해를 입은 농지 면적은 3만164.7㏊에 달한다. 축구장(0.714㏊) 약 4만3000개를 합친 규모다. 닭과 돼지 등 가축은 모두 69만4000마리 폐사했다.

과거에도 수해가 발생했을 경우, 정부가 추경을 편성했던 사례도 민주당이 내세우는 명분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02년 태풍 루사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4조1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대응했다. 2003년 태풍 매미와 2006년 태풍 에위니아 강타 때도 각각 3조원과 2조2000억원의 추경을 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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