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POINT] '음주운전 선수 발탁→결격 사유 취소'...KFA, 2년 몰랐던 무능과 참담한 변명

김대식 기자 2023. 7. 1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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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규정을 2년 동안 몰랐다는 점도 놀랍고, 이를 무마하려는 변명은 더욱 심각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에서 이상민(성남FC)을 제외하기로 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명단 22인은 지난 14일 확정됐다. 황선홍 감독의 선발 중 가장 논란이 된 선수는 이상민이었다. 음주운전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민의 음주운련 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 2020년 5월이었다. 충남아산프로축구단에서 활약하고 있을 당시에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됐다. 죄질도 좋지 않았다. 이상민은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숨긴 채로 3경기나 출장했고, 뒤늦게야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이상민에게 리그 15경기 출전 금지 및 제재금 400만원의 징계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연맹의 징계가 확정된 후로 이상민은 3년 동안 대한민국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없었다.

이는 규정 때문이다. KFA는 지난 2021년 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중 징계 및 결격사유에서 한 가지 조항을 추가했다. '음주운전 등과 관련한 행위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2의 처벌을 받은 자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국가대표팀에 선발될 수 없다고 명문화했다.

조건은 2가지였다. 500만원 이상의 벌금이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500만원 미만의 벌금이라도 해도, 2년이 지나지 않은 선수는 대한민국 유니폼을 입을 수 없도록 했다.

이러한 규정이 생긴 이유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다. 종목에 상관없이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의 음주·일탈 행위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대한체육회에서 규정을 새롭게 신설한 것이다.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인 KFA도 2021년 5월 개정을 통해 음주운전과 같은 국가대표 선수 결격 사유 규정을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규정은 유명무실했다. 2021년 5월 추가된 규정이지만 2011년 10월 이상민이 U-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예선을 위해 소집됐을 때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2022년 6월 U-23 AFC 아시안컵 본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상민은 2020년 8월에 징계가 확정됐기 때문에 2023년 8월까지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가 없다.

지난 2년 동안 KFA는 이상민을 발탁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황선홍 감독의 선발을 그대로 유지해준 것이다. 선수 선발 권한을 가진 건 감독이라고 해도, 감독이 규정집까지 들어다본 뒤에 선수를 발탁하지는 않는다.

황선홍 감독이 규정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면 이를 감독에게 전달할 '의무'를 가진 건 KFA다. 1번도 아니고, 이상민이 3번이나 연령별 대표팀 발탁될 동안 규정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무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KFA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 내놓은 이유 또한 황당했다. KFA는 "K리그1이나 A대표팀 선수 등과 비교하면 리그 소식도 선수 관련 정보도 상대적으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기에 2021년 첫 선발 당시 해당 사실과 연관되어 관련 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고 이번 사태를 해명했다.

이상민이 K리그1이나 국가대표팀급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선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이에 따라 관련 규정을 검토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KFA는 K리그1부터 K7까지 모든 국내 리그를 총괄하는 기관이다. 이상민의 음주운전 전력을 몰랐다는 건 현재 KFA가 K리그1를 제외한 모든 리그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K리그1부터 K7리그까지 각 리그의 승강 체제를 설립하길 원하는 정몽규 KFA 회장의 공약이 무색해지는 사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국가대표팀을 제외한 나머지 연령별 대표팀 선수들의 대한 KFA의 관심도 떨어진다는 점도 인정한 셈. 최근 AFC U-17 아시안컵 준우승을 기록한 변성환호와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뤄낸 김은중호를 통해 한국축구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 어릴 적부터 좋은 잠재력을 보여준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키워내야 하는 건 KFA가 할 일이다.

이를 책임져야 할 KFA에서 국가대표팀 바로 아래 단계라고 할 수 있는 U-23급 선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고 말하는 건 책임감 부족이다. 이상민은 연령별 대표팀 유니폼을 1~2번 입은 선수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KFA의 무능력은 아시안게임 3연속 금메달을 위해 출항하는 황선홍호에 악영향을 가져왔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는 지난 15일 명단을 제출했다. 의학적 사유가 아닌 명단 교체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선수를 대체 발탁하는 게 불가능하다.

아시안게임은 가뜩이나 빡빡한 일정과 적은 엔트리로 인해서 대회 운영 자체가 매우 까다로운 대회로 꼽힌다. 로테이션이 매우 중요해 황선홍 감독도 이번 명단 선별 과정에서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매우 중요시했다. 선수 1명을 쓸 수 없다는 핸디캡을 스스로 만들어 대회를 치르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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