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과거 성공경험 버려야 혁신"
불확실성 극복 경영 키워드로
辛, '언러닝 이노베이션' 제시
"저성장으로 해외사업 불가피
AI 등 신기술서 기회 찾아야"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유연한 생각으로 현재 환경에 부합하는 우리만의 성공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급변하는 대외 환경으로 경영 상황이 불확실해졌다고 진단하면서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혁신 경영 방침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18일 오후 '2023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열고 그룹 경영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를 비롯해 각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롯데지주 실장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은 최고경영자(CEO)들을 향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업의 관점과 시각을 바꿔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해외 사업과 신사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신 회장은 "국내 사업과 기존 사업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이나 신사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불확실한 미래에서 확실한 것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해외 사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매출·이익 같은 외형 성장과 더불어 현금 흐름이나 자본비용 측면에서 관리 강화가 필요하며 항상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AI) 기술의 중요성도 재차 설명했다. 신 회장은 "과거의 PC·인터넷·모바일처럼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단순히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찾고 이것이 과감한 실행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하반기 경영 키워드에는 '언러닝 이노베이션(Unlearning Innovation)'이 제시됐다. 과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현재의 성공에 제약을 가하는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버리고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롯데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경제 블록화, 고금리와 물가 상승, 기술 발전 가속화 등 외부 요인이 산적해 있다. 외부 요인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화학 부문 대표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로 유통사업 부문도 성장세가 약화됐다.
신 회장이 이날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다" "지금은 미래를 준비하고 재도약을 위한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 등 발언을 연이어 쏟아낸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롯데는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소재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1억6000만달러에 사들였고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생산 회사인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유통 부문에서는 오는 9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최대 규모 쇼핑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
신사업 부문 대표 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 '글로벌 톱10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2030년까지 메가 플랜트 3개와 총 36만ℓ 규모 항체 의약품 생산시설을 국내에 갖추기로 했다. 플랜트 1개당 항체 의약품 12만ℓ를 생산할 수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9월 헬스케어 플랫폼 '캐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캐즐은 유전자 검사, 건강검진 등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건강기능식품이나 맞춤 식단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정보통신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사업도 키운다. 자율주행 셔틀을 개발하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속도를 낸다. 도심항공교통(UAM) 사업 등도 함께 육성한다.
한편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상반기에 이어 이번에도 VCM에 참석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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