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여름
여름
김영주
교실이 너무 더워 야외수업을 나왔다
김하늘 네-
한가람 네-
출석을 부르는데
자기는 나무 위에 있다고
참매미가
네엠- 넴-
쩌렁쩌렁 매미 출석
가난했던 시절. 있는 사람은 몰라도 없는 사람은 여름나기가 만만치 않았다. 전기료 걱정에 선풍기조차도 맘 놓고 틀 수가 없었다. 학교라고 예외일리 없었다. 빠듯한 운영비를 축내지 않으려면 더위쯤은 견뎌야 했다. 생각다 못해 야외수업을 나선 모양이다. 학생들에겐 신나는 수업이다. 따분한 교실수업에선 맛볼 수 없는 자연공부시간이니 말이다. 출석부 호명에 대답하는 목소리부터가 쩌렁쩌렁하다. 그런데 여기에 웬 또 다른 학생이 끼어들었다. 바로 매미란 녀석이다. 자기 이름을 부르지 않았는데도 한사코 ‘네엠-넴-’ 대답한다. 이 동시는 그래서 읽는 이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자연교실, 그렇다! 자연교실이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진풍경을 시인은 요렇게나 재미있게 펼쳐 보였다. 한 편의 시를 읽고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에 비할 수 없는 삶의 기쁨이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이만한 기쁨을 어디 가서 얻을 것인가. 바캉스 가방에 꼭 넣어야 할 것으로 시집이나 동시집을 추천하고 싶다. 시원한 파라솔 밑이나 나무 그늘에 앉아서 시 한 편을 읽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하랴. 몸의 더위뿐 아니라 마음의 더위까지도 말끔히 씻어줄 것이다. 여기에 아름다운 추억 하나는 덤일 것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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