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D.P 2’, 더 깊어진 분노와 슬픔[MK프리뷰]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psyon@mk.co.kr) 2023. 7. 1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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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2’. 사진|넷플릭스
“언제든, 누구든 그럴 수 있어. 나도.”

2023년 여름. 드디어 올 것이 온다.

넷플릭스 시리즈 ‘D.P.’(디피)는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 이하 D.P.) 준호와 호열이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지난 2021년 8월 공개된 시즌1은 탈영병 체포조라는 신선한 소재, 매력적인 캐릭터와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군대 내 폭력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조명해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2년 만에 돌아온 시즌2는 헌병대 103사단 D.P.조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리는데, 변한 것 하나 없는 군대 사회를 그려내는 만큼 극의 농도와 밀도는 더 짙고 깊어졌다.

일병이 된 준호(정해인 분)는 여전히 D.P.로서의 사명을 갖고 매 업무에 임하지만, 그를 ‘나댄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 부대원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여전히 가혹행위와 보신주의가 만연한 군 사회에 심한 절망감을 느낀다. 호열(구교환 분)은 ‘조석봉 일병 사건’ 후유증으로 장기간 국군병원 신세를 지고 있지만 예기치 않은(실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사건의 발생을 기점으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무력감에 휩싸인 준호와 함께 추격을 시작한다.

‘D.P. 2’. 사진|넷플릭스
박범구(김성균 분) 중사는 가혹행위라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한 사건을 개인의 심리적 문제로 축소은폐하려는 군 수뇌부의 지시에 고뇌하다 비장한 결단을 내린다. 적당한 보신주의자 임지섭(손석구 분) 대위 역시 결정적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진실에 접근하지만, 진실을 알게 될수록 깊은 수렁에 빠진다. 시즌2부터 본격 등장하는 군 검찰과 국군본부 법무실 인원 등 수뇌부들은 철저히 ‘조직’을 수호하기 위해 이들 모두에 칼을 겨눈다.

시즌1에서 활약한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등이 그대로 활약하며 지진희, 김지현 등 새로운 인물의 등장도 흥미로운 볼 거리다. 기존의 캐릭터들은 새 시즌을 맞아 촬영 텀이 있었음에도 불구, 기막히게 그대로이면서도 저마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각 캐릭터의 깊어진 고뇌는 배우들의 섬세한 표현으로 때로는 잔잔하게 또 때로는 폭발력 있게 그려진다. 여기에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성의 한 축으로서의 제 몫을 이질감이라곤 1도 없이 완벽하게 해준다.

시즌2는 조석봉과 동반입대 한 김루리 일병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시작해 그들이 왜 탈영을, 총기난사를 할 수 밖에 없었는가를 납득이 가게 그려낸다. 극의 큰 줄기는 여전히 탈영병을 쫓는 D.P.의 이야기지만, 그들이 사건을 감행하기까지 군 내에서 벌어지는 가혹행위의 실상과, 문제 해결은 안중에도 없고 덮기 급급한 폐쇄적인 군 문화를 낱낱이 고발한다.

‘D.P. 2’. 사진|넷플릭스
굵직한 스토리 라인과 별개로 개성파 배우들의 열연을 보는 맛도 있다. 가령, 말년 휴가를 받아 나온 직후 귀대 명령을 받았음에도 곧바로 “역시 내 피엔 디피가 흐르고 있어”라는 대사를 능청스럽게 소화해 낸 한호열의 장면은 구교환이었기에 가능한 장면이고, 머리 끝까지 화가 나 GP 내 문제 상병을 조지는(!) 임지섭 대위의 모습에선 ‘구씨’(‘나의 해방일지’ 속 캐릭터)와 ‘강해상’(‘범죄도시2’ 속 캐릭터), ‘오승훈’(‘카지노’ 속 캐릭터)가 모두 보이는 흥미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시즌1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여섯 글자가 ‘뭐라도 해야지’였다면, 시즌2에선 입을 닫은 호열이 호열에 패드에 적어둔 ‘뭘 할 수 있는데’다. 문장 형식이 평서문에서 의문문으로 바뀌면서 긍정과 패기는 부정과 비관으로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뭐라도 해야지’다. 공식 포스터 속 카피처럼, 뭐라도 하지 않는다면 결코 바꿀 수 없을테니 말이다.

‘D.P. 2’ 제작발표회에서 한준희 감독이 말한 것처럼, 그리고 극중 준호가 ‘다행이냐’는 물음에 “슬픈 것 같다”고 답하는 것처럼. ‘D.P.2’는 슬픈 이야기, 비극이다. 사건 해결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씁쓸함 아닌 슬픔의 감정만이 남는다.

특히 시즌1이 군 복무 경험이 있는 무수한 시청자들에게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남겼던 것처럼 시즌2도 마찬가지가 될 전망이라 누군가에겐 기다리는 작품일 수도, 누군가에겐 피하고 싶은 작품일 수도 있다.

‘D.P. 2’. 사진|넷플릭스
하지만 감독이 수도 없이 고민했다고 밝혔던, ‘D.P 2’라는 작품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그 존재의 이유는 시청하고 나면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저절로 느끼게 될 것이다.

‘D.P. 2’는 오는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시즌2 역시 총 6부작으로 제작됐으나 시즌1을 다시 정주행하며 12부작으로 즐기길 추천한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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