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말로만 2인 1조”…홀로 책임지는 아찔한 수문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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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에서 하천의 수문을 관리하는 감시원이 전국에 7300여 명 있습니다.
이중 한 명이 얼마 전 급류에 휩쓸려 숨졌습니다.
대부분 고령인데다, 악천후에 대비하는 행동요령도 없이 일하다 보니,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지난달, 시간당 최대 71mm의 물 폭탄이 쏟아진 전남 함평군.
늦은 밤 60대 여성 수문 감시원 오모 씨가 남편과 함께 하천 수문 점검에 나섰다 실종됐습니다.
[지성옥 / 마을 이장]
"저녁 한 10시쯤 밤인데 (남편 분이) 우리 집에 찾아오셨더라고요, 울면서. 자기 부인이 같이 수문 열러 갔는데 없어졌다고."
오 씨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위촉한 수문 감시원.
공사 측은 사고 이틀 전, 수문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오 씨는 수문에 걸린 수초를 제거하려다 급류에 휩쓸렸고,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고가 난 배수문입니다.
사고 이후 접근을 막는 표시판이 설치됐는데요.
주변엔 구명조끼 같은 안전 장비를 찾아볼 수 없고, 감시원이 기계를 작동하는 난간은 심하게 녹슬고 울타리가 금방이라도 빠질 것처럼 흔들립니다.
수문 감시원은 영농기인 5월~9월, 농어촌공사나 지자체로부터 일정액의 보수를 받고 수문을 관리합니다.
전국에 7300여 명이 있는데, 평균 연령이 60대 중반일 정도로 고령입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마을 하천을 돌아본다는 올해 여든살 김완순 씨.
장화를 신고 직접 하천에 들어가 나무 판자로 된 보를 설치합니다.
[김완순 / 80세 수문 감시원]
"이 판자 보를 끼우는 것이 제일 문제야. 판자 보를 평상시에는 끼워야 물이 여기로 올 거 아니야."
특히 집중호우나 태풍 때는 위험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노건갑 / 70대 수문 감시원]
"혼자 하면 어느 때가 제일 위험하냐면 태풍이 불 때는 바람에 막 휩쓸려 버리고 요리 불면 요리 넘어져 버리고…."
채널A가 입수한 농어촌공사의 안전 매뉴얼입니다.
어디에도 악천후 대비 행동요령은 없습니다.
[김종진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
"'악천후 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다'라는 게 먼저 있고 그다음에 개별 감시원이 해야 될 역할이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현재 보면 핵심 안전 수칙이 빠져 있는…."
위험한 작업은 2인 1조로 해야 한다고 적혀있지만, 감시원들은 금시초문입니다.
[박정재 / 수문 감시원]
"아니요. 2인 1조로는 못 하죠. 거기에 감시원들이 그 지역에 하나씩 있지."
사실상 지역에 1명 뿐인 감시원에게 자의적으로 안전 관리 판단을 맡기고 있는 겁니다.
[숨진 감시원 아들]
"내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야 된다는 거는 결국 위급 상황 판단은 그 사람한테 떠넘긴다는 것밖에 안 돼요."
최근 극한 기상으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
한국농어촌 공사는 오 씨의 사망사고 후 수문 감시원들에게 구명조끼를 지급했고, 안전 매뉴얼도 손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석동은 김승규
작가 : 김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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