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곡물협정' 종료로 글로벌 곡물 시장 '출렁'… 대책 마련에 분주해진 세계
협정 후 우크라산 곡물 3286만 톤 이동
해결책 찾고 있지만 현실적 한계도 상당
①러 설득 ②러 제외 ③대체 경로 등 거론
러시아가 18일(현지시간)부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해 준 '흑해 곡물협정'(이하 협정)을 공식 종료함에 따라, 전 세계 곡물 시장도 출렁이기 시작했다. 전날 러시아 정부의 '협정 연장 거부' 선언과 함께 밀 선물 가격이 3% 상승하는 등 즉각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물론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흑해 해상로가 막혔을 때보다는 충격파가 작긴 하나, 중기적으로는 '간과할 수 없는 악재'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밀 선물 가격은 17일 부셸(약 27.2㎏)당 6.81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종가 대비 2.7% 상승한 수치다. 옥수수 선물 가격은 0.94% 오른 5.11달러를 기록했다. 유엔 공동조정센터(JCC)가 관할했던 협정을 통해 약 1년간 3,286만 톤의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흑해를 거쳐 수출됐다는 점에서, 이번 협정 만료로 수출길이 막혀 버리면 전 세계 곡물 수급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문제는 저소득 국가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점이다. 저렴한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고,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 인도주의 단체도 우크라이나와 별도 협약을 맺어 최빈국 공급용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6일 유럽연합(EU) 자료를 보면, 우크라이나산 밀 64%, 옥수수 51%가 개발도상국에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재 북반구가 수확 시즌을 맞고 있어 당장 세계 식품 시장이 크게 요동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FP통신은 "흑해 곡물협정 붕괴에 따른 즉각적인 타격은 미미하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시장에 긴장을 주고 식품 가격(상승)을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흑해 항로가 막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곡물과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는 뜻이다. 국제사회가 대책 마련에 분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① 러시아 협정 복귀 설득·압박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은 역시 러시아의 협정 복귀다. 미국 폴리티코 등은 "튀르키예 외무부가 유엔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미국 백악관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정부가 즉시 (협정 연장을 거부한) 결정을 철회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는 유엔과 함께 협정을 중재했던 국가다.
그러나 상황이 긍정적이진 않다. 앞서 세 차례나 '협정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다가도 막판 연장을 결정해 왔던 러시아가 이번엔 진짜 종료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협정 갱신 조건으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재가입'을 요구하는데, 이는 결국 러시아 돈줄을 막으려는 서방 제재를 풀어주는 것이어서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다.
② 러시아 협조 없이 항로 이용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빠진 상태로 협정을 이행하자는 입장이다. 협정은 '흑해 운항을 원하는 선박들이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에 항구 이용 신청→유엔·튀르키예·우크라이나·러시아가 선적 서류 및 물량을 공동 검사→안전한 항해를 보장'하는 구조로 돼 있다. 러시아를 뺀 당사자 3곳이 이 과정을 이행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 부담을 짊어질 선주가 배를 띄울지 미지수다. 러시아의 협정 종료는 곧, 항행 안전 보장을 철회하고, 흑해 서북쪽 해역을 '위험 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뜻이다.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선주가 전쟁 보험을 들 수도 있으나 보험료가 상당하다. 우크라이나 곡물협회 미콜라 고르바초프 회장은 "만약 러시아가 공격한다면, 유럽위원회가 보상금을 지불하고 우크라이나가 추후 상환하는, 일종의 '국가 보험' 도입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③ EU 내 강·육로 등 대체 경로 확보
우크라이나가 루마니아 국경을 따라 흐르는 다뉴브강 이용을 확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전쟁 전 매달 수십만 톤 정도였던 선적량은 전쟁 후 200만 톤 정도로 늘었다. 다만 흑해를 완전히 대체하기엔 선박 규모 제한, 빠른 유속 등 한계가 뚜렷하다.
인접국 육로 이용 방안도 있다. 전쟁 이후 활용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육로를 내줬던 헝가리, 불가리아 등은 "우크라이나산 곡물 유입으로 물류 비용 등이 올랐고, 자국 농업도 타격을 받았다"며 지난 5월부터 수입을 금지하고 있어 우크라이나에 길을 터줄지 불투명하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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