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부조리에 ‘한발짝 더’···‘D.P.’ 시즌2[리뷰]
“매 에피소드가 중편영화 같이”
28일 넷플릭스 공개
“뭐라도 해야 뭐든지 바뀌지 않을까?” “살아서 책임져.” 군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뒤 탈영한 조석봉(조현철) 일병은 이 말을 남기고 자살을 시도했다. <D.P.> 시즌2는 석봉의 선택을 가까이서 마주했던 이들의 이야기다. 지난 시즌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던 이들은 이번엔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함께 분투한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군대 내 부조리를 날카롭고 현실적으로 다뤘다는 평가를 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시즌2가 오는 28일 공개된다. 넷플릭스는 지난 13일 언론에 총 6부 중 4화를 공개했다.
탈영병체포조(D.P.)로 작전에 투입됐던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 이들을 지휘했던 박범구 중사(김성균)와 임지섭 대위(손석구)가 뿔뿔이 흩어진 채로 시즌이 시작된다. 호열은 실어증에 걸려 군병원에 입원했다. 범구는 군검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지섭은 전출 명령을 받은 상태다. 석봉의 친구로 동반입대를 했던 김루리(문상훈)가 부대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무장한 채 탈영하면서 이들은 다시 모인다. 국군본부는 석봉 때와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을 가진 ‘관심병사’의 일탈로 몰아가려 하지만 넷은 루리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이번 시즌 역시 군대 내에서 반복되는 부조리를 다룬다. 탈영병들 면면은 더 다양해졌고 소재도 확장됐다. 배경은 103보병사단 헌병 특임대를 넘어 G.P., 국군본부 등으로 넓어졌다. 시리즈는 폭력적인 ‘군대문화’가 대학교 연극부 등 사회에도 스며 있음을 암시한다. 네 주인공들이 대적해야 하는 것도 헌병대장 천용덕(현봉식)에서 국군본부 간부들이 됐다. 국군본부 법무실장 구자운(지진희)이 새롭게 등장한다. 자운은 ‘외부 세력’이 군대에 개입하는 것을 ‘불온한 일’로 여기며 군대 내 질서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주인공들은 자운에 맞서다 더 큰 사건에 휘말린다.
준호는 여전히 폭력을 마주할 때 딜레마를 느낀다. 전에는 어머니의 얼굴만 떠올랐다면, 이제는 석봉까지 나타나 ‘너는 변한 게 없다’고 질타한다. 호열은 여전히 재기발랄하고, 범구는 자주 호통을 치고 짜증을 내면서도 정이 깊다. 캐릭터의 변화가 가장 뚜렷한 인물은 지섭이다. 범구의 정강이를 걷어차던 지섭은 조석봉 사건을 지켜보며 나름의 각성을 겪는다. 지섭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는 18일 제작발표회에서 “사람도 고무줄 같아서 다시 돌아오는 관성이 있을 것”이라며 “예전의 나와 변하고 싶은 나 사이에서 굉장히 큰 갈등이 있다. (지섭이) 무너질 것인지 이겨낼 것인지가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말했다. 지섭의 내적갈등은 5~6화 전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보통 작가의 만화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김 작가와 함께 각본 작업을 하고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은 “시즌1이 ‘뭘 할 수 있는데’의 물음을 가지고 끝나는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등장인물들이 각자 고민하고 행동하면서 무언가, 무엇이든 해보려고 애쓰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한 에피소드가 하나의 중편영화 같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연출했다며 “어떤 에피소드는 공포영화 같은 뉘앙스, 다른 에피소드는 음악영화 같은 뉘앙스, 어떤 에피소드는 사회고발물 뉘앙스”라고 했다.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매 회 연출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김루리 일병 역의 문상훈, ‘장기 군탈자’ 장성민 역 배나라, 신아휘 병장 역 최현욱 등 조연 배우들 연기가 빛을 발한다. 각 병사들의 이야기가 덕분에 또렷하게 전달된다. 준호와 호열은 이들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한다. 카메라는 이들의 표정을 시즌1보다 더 가까이서 비춘다. 시리즈는 억울한 일이 반복되는 갑갑한 현실을 지겹지 않게 다루는 데 또다시 성공한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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