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익명성 보장 보호출산제 있어야 아이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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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절에 설치된 '라이프가든'은 사실 '베이비박스'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유기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가 생겼으면 낳기 전 미리 찾아와서 미래를 계획하라는 취지로 만든 시설입니다."
그는 "라이프가든에 아이를 놓고 가면, 우리는 법적으로 경찰과 구청에 이 내용을 신고하게 돼 있다. 수사가 진행되면 신원이 노출되니 이곳을 찾길 망설이는 산모가 많고, 그만큼 새 생명을 놓칠 수도 있다. 소중한 아이를 구하고 싶다면 산모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익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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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가든서 긴급돌봄 서비스
- 최대 14일 육아용품 등 지원
- 초저출산 국가에서 소중한 존재
“우리 절에 설치된 ‘라이프가든’은 사실 ‘베이비박스’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유기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가 생겼으면 낳기 전 미리 찾아와서 미래를 계획하라는 취지로 만든 시설입니다.”
부산 금정구 두구동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의 말이다. 거대한 좌불상으로 유명한 이곳은 최근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아동’ 사건이 불거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의 유일한 ‘베이비박스’로 알려진 ‘라이프가든’이 마련돼 있어서다.
라이프가든은 2평(6.6㎡) 정도 공간이어서 박스라기 보다는 ‘방’이다. “개소 때 기자들에게 설립 취지를 설명하다가 이해를 돕기 위해 ‘베이비박스’라는 단어를 딱 한번만 쓰기로 했는데, 이후로 그 명칭이 굳어졌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유기하는 의미가 강한) 베이비박스 보다는 아이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의미를 담은 시설로 만들어 운영 하고자 합니다.”
라이프가든은 2019년 4월 설치됐다. 당시 국민행복실천본부 공동대표를 맡았던 심산 스님이 미혼모가 낳은 아이를 아동보호 기관으로 연계하기까지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홍법사 내에 만들었다. 게다가 외곽지역이라 신분 노출을 꺼리는 산모가 좀 더 편하게 찾을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라이프가든을 찾는 부모는 최대 14일까지 아이와 함께 이 방에 머무를 수 있고, 관련단체와 연계해 육아용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스님은 또 라이프가든을 통해 부산의 산모가 서울의 베이비박스를 찾는 여정을 돕고 싶었다고 한다. “서울 주사랑교회 ‘베이비박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한 해 약 250명의 아이가 주사랑교회 베이비박스에 간다고 들었는데, 그 중 절반이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알고 있어요. 부산에서 태어난 아이도 많을 텐데,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한 채 갓난아기를 안고 서울까지 힘들게 가야 하는 산모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이곳을 찾은 아이는 2019년 8명을 시작으로 2020년 12명, 2021년 5명, 2022년 3명이다. 올해는 아직 없다. 28명 중 아이를 유기한 사례는 2건이고, 나머지 26명은 전문 상담을 받은 끝에 정식 입양이나 다시 아이를 데려가는 선택을 했다.
스님은 현재 논의되는 ‘출생통보제’의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라이프가든에 아이를 놓고 가면, 우리는 법적으로 경찰과 구청에 이 내용을 신고하게 돼 있다. 수사가 진행되면 신원이 노출되니 이곳을 찾길 망설이는 산모가 많고, 그만큼 새 생명을 놓칠 수도 있다. 소중한 아이를 구하고 싶다면 산모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익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라이프가든이나 베이비박스 등으로 들어온 아이가 제도권 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미혼모는 용감한 선택을 한 사람이고, 초저출산 국가에서 누구보다 감사한 존재다”며 “라이프가든이 우리 사회가 미처 지키지 못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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