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 관심갖는 만큼, 주민 불편 해소 노력 함께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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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구 연산2동 물만골 주민의 결속력은 유별나다.
박 위원장은 "무허가 건축물에 사는 주민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어렵게 사는 우리에게 단합은 필수이자 생존의 수단"이라며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비롯해 마을의 미래를 위해서 물만골 주민은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목소리를 내야만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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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구 연산2동 물만골 주민의 결속력은 유별나다. 1970년 이후 부산 곳곳의 주택개발 광풍에 밀려난 이주민이 물만골로 속속 몰려들면서 ‘주거공간을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겠다’는 갈등이 계속됐다. 하지만 물만골 주민은 1999년 공동체 조직을 위한 주민 총회를 시작으로, 2008년 정식으로 출범한 ‘공동체’를 통해 이런 갈등을 극복했다.
마을 전체 주민이 소속된 물만골공동체는 물만골의 자치조직이자 대표 기구다. 공동체는 박순애(71) 운영위원장을 중심으로, 마을을 대표하는 임원들로 구성돼 있다. 5년째 공동체를 이끄는 박 위원장은 1990년 마을로 들어온 이후 마을의 봉사활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임기 2년의 운영위원장 선거는 대부분 경선으로 진행되는데, 박 위원장은 두 차례 경선과 한 차례 추대를 통해 3선에 성공했다. 박 위원장은 최근 마을 주민의 공동체 참여에 공을 들인다. 2010년대 들어 공동체 운영의 잡음과 이에 대한 주민 간 반목으로 흔들리는 공동체의 입지를 다잡기 위해서다. 박 위원장은 “무허가 건축물에 사는 주민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어렵게 사는 우리에게 단합은 필수이자 생존의 수단”이라며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비롯해 마을의 미래를 위해서 물만골 주민은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목소리를 내야만 한다”고 밝혔다.
박호생(71) 노인회장도 마을의 대표하는 주민이다. 박 회장은 고령화로 인해 자연스레 마을 최대 집단이 된 노인회를 3년째 운영한다. 마을에 전입한 지 50년이 넘은 박 회장은 개인택시 운전사로, 물만골 민선 1·2대 통장(2005년)으로 유명하다. 그는 세 차례 통장을 역임하면서 주민의 염원이던 황령산로 포장(2005년)과 상수도 통수(2014년)의 주역이다. 박 회장은 “누구 하나 힘들게 안 산 사람이 없고, 누구 하나 사연 없는 사람 없는 곳이 물만골이다. 한 따까리(지붕) 아래 10명이 넘게 살 정도로 미어터지던 마을이었는데, 이제 남은 사람은 노인들뿐”이라며 “거동이 힘든 주민이 많으니 황령산로를 따라 전망대로 가는 운전자들이 마을을 지날 때 속도를 줄이고 안전운전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민영임(65) 부녀회장도 10명 남짓에 불과한 회원과 함께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민 회장은 “봉사라고 할 것도 없다. 그저 반찬 조금 더하고, 집 주변 청소하는 것 이왕 도로까지 한 번 쓰는 것뿐”이라며 “항상 웃으면서 일을 했는데, 이런 일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체력이나 건강 상태가 뒷받침이 안 되는 주민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게 서글프다”고 말했다.
끝으로 허연호(61) 연산2동 1통장은 물만골이 자랑하는 ‘오토바이 일꾼’이다. 집집마다 숟가락 숫자까지 파악할 정도로 마을 구석구석을 꿰뚫고 있지만 그는 마을로 온 지 18년밖에 안 된다. “장사를 하면서 살고 있는데, 그날 따라 날이 너무 더워서 장사 좀 쉬고 집사람하고 오토바이 타고 이곳에 올라왔어요. 그런데 정말 시원하고, 게다가 경치도 좋아서 바로 안착했는데 씁쓸하게 이 나이에 마을에서 젊다는 이유로 7년째 통장을 하고 있습니다.” 허 통장은 “정치인들과 공무원, 언론에서 우리 마을과 주민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주민의 삶에 변화가 없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사유지여서, 무허가 건축물이어서, 공동 소유지라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관성적인 답변만 할 것이 아니라 사소한 주민 불편이라도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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