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복구작업 중 다시 내리는 비에 '망연자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8일 오후 충남 공주시 옥룡동의 한 주택 앞에서 만난 하모(64)씨는 구멍이나 뚫린 듯 장대비를 퍼붓는 하늘을 연신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침수 피해를 본 주민들은 비가 그쳤던 지난 17일부터 본격적인 복구작업에 나섰지만, 하루만에 다시 억수같이 내리는 비에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축산농가 복구도 요원 '소 680마리 중 150마리 남아'
(공주=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집 안에 들어온 흙탕물을 이제 겨우 다 훔쳐냈는데 비가 또 내리니까…"
18일 오후 충남 공주시 옥룡동의 한 주택 앞에서 만난 하모(64)씨는 구멍이나 뚫린 듯 장대비를 퍼붓는 하늘을 연신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아수라장이 된 하씨 부부의 집 앞에는 냉장고, 세탁기, 장롱, 된장 종지에 제사용 제기까지 성한 곳이 하나도 없는 세간 살림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씨는 "어제부터 냉장고, 세탁기, 장롱을 다 들어냈고 장판 벽지도 다 뜯었다"며 "곧 다시 비가 계속 온다니까 그전에 어떻게든 (정리)해보려고 밥도 못 먹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주시 직원들은 이날 우비도 못 입은 채 집집이 내놓은 쓰레기를 수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옥룡동 곳곳에서 쓰레기를 가득 담은 덤프트럭들이 연신 오갔지만, 쓰레기는 끝도 없이 나왔다.
아침 일찍 수거 작업에 나선 유모(34)씨는 "가재도구가 모두 흙탕물에 절여져 있어서 아무것도 쓸 수 있는 게 없다고 보면 된다"며 "마치 수십 년 방치됐던 폐가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51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공주에서는 50대 주민 1명이 사망하고 이재민 310명이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공공시설 138건과 사유 시설 148건의 파손, 농경지 침수 825ha, 농경지 유실 20.3ha, 가축 14만8천마리가 폐사했지만, 호우에 피해 건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침수 피해를 본 주민들은 비가 그쳤던 지난 17일부터 본격적인 복구작업에 나섰지만, 하루만에 다시 억수같이 내리는 비에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동네 안쪽에 위치한 김모(72)씨 집은 전체가 침수되는 피해를 보았지만, 그는 손도 못 대고 다시 대피소로 향해야 했다.
김씨는 "하나도 쓸 수 있는 게 없는데 이걸 다 버리려니까 너무 아깝다"며 "내 집에서 자고 싶은데 집이 아직 흥건해서 앉을 수도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침수와 토사 유실을 겪은 공산성 만하루와 금서루 앞 사면은 여전히 방수포만 덮인 채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고 있었다.
시설작물 재배·축산농가도 호우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농민들은 다시 쏟아진 비에 훨씬 더딘 복구작업을 벌여야 했다.
이인면 만수리 한 축산농가에는 굴착기 등 장비 5대가 축사에 남은 오물 찌꺼기를 퍼 올리고 있었지만, 원상복구까지는 요원하기만 하다.
. 농장주 이모(62)씨는 680마리에 달하던 소들은 침수된 축사를 피해 인근 야산으로 올려보냈다며 다시 찾아오는 것은 아직 꿈도 못 꾼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미처 치우지 못한 소 사체를 가리키며 "150여마리밖에 못 찾았는데 얼마나 휩쓸려갔는지, 산에 몇 마리가 남았는지 가늠조차 안 된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 "이틀 전부터 복구작업 중인데 축사 바닥에서부터 4m 가까이 물이 차 모든 게 엉망"이라며 "오늘은 농협, 축협, 소방의용대, 시청 등 곳곳에서 봉사자들이 찾아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육군 제2 신속 대응사단 장병 70여명도 이날 공주 웅진동, 이인면, 탄천면 침수 피해를 보았던 주택과 축사에서 토사 제거, 배수로 작업 등을 도왔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공주에는 시간당 10∼20㎜ 강한 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19일 새벽까지 최대 60㎜의 비가 쏟아질 전망이다.
공주시 관계자는 "비가 많이 내리는 관계로 자원봉사자와 군 장병들은 철수했고, 공공시설물 관련해서는 계속 보수작업, 안전조치 중"이라며 "주민 안전사고 예방을 철저히 하고, 다시 복구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oole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핵펀치' 잃은 58세 타이슨, 31세 연하 복서에게 판정패 | 연합뉴스
- 李, '징역형 집유' 선고 이튿날 집회서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 연합뉴스
- '오징어게임' 경비병으로 변신한 피겨 선수, 그랑프리 쇼트 2위 | 연합뉴스
- 학창 시절 후배 다치게 한 장난…성인 되어 형사처벌 부메랑 | 연합뉴스
- 주행기어 상태서 하차하던 60대, 차 문에 끼여 숨져 | 연합뉴스
- 아내와 다툰 이웃 반찬가게 사장 찾아가 흉기로 살해 시도 | 연합뉴스
- 페루서 독거미 320마리 밀반출하려다 20대 한국인 체포돼 | 연합뉴스
- 성폭력 재판 와중에 또 악질 성범죄…변명 일관한 20대 중형 | 연합뉴스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김준수 협박 금품 갈취한 아프리카TV 여성 BJ 구속 송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