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복구작업 중 다시 내리는 비에 '망연자실'

이주형 2023. 7. 1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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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충남 공주시 옥룡동의 한 주택 앞에서 만난 하모(64)씨는 구멍이나 뚫린 듯 장대비를 퍼붓는 하늘을 연신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침수 피해를 본 주민들은 비가 그쳤던 지난 17일부터 본격적인 복구작업에 나섰지만, 하루만에 다시 억수같이 내리는 비에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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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옥룡동 침수주택 주민들 "세간 살림 하나도 건질 게 없어"
축산농가 복구도 요원 '소 680마리 중 150마리 남아'
복구도 못 했는데 또 비가 오네 (공주=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충남 공주 옥룡동 주민이 18일 오후 침수 피해를 본 집안에서 복구작업을 하다 창밖 넘어 다시 쏟아지는 비를 응시하고 있다. 2023.7.18 coolee@yna.co.kr

(공주=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집 안에 들어온 흙탕물을 이제 겨우 다 훔쳐냈는데 비가 또 내리니까…"

18일 오후 충남 공주시 옥룡동의 한 주택 앞에서 만난 하모(64)씨는 구멍이나 뚫린 듯 장대비를 퍼붓는 하늘을 연신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아수라장이 된 하씨 부부의 집 앞에는 냉장고, 세탁기, 장롱, 된장 종지에 제사용 제기까지 성한 곳이 하나도 없는 세간 살림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씨는 "어제부터 냉장고, 세탁기, 장롱을 다 들어냈고 장판 벽지도 다 뜯었다"며 "곧 다시 비가 계속 온다니까 그전에 어떻게든 (정리)해보려고 밥도 못 먹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주시 직원들은 이날 우비도 못 입은 채 집집이 내놓은 쓰레기를 수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옥룡동 곳곳에서 쓰레기를 가득 담은 덤프트럭들이 연신 오갔지만, 쓰레기는 끝도 없이 나왔다.

아침 일찍 수거 작업에 나선 유모(34)씨는 "가재도구가 모두 흙탕물에 절여져 있어서 아무것도 쓸 수 있는 게 없다고 보면 된다"며 "마치 수십 년 방치됐던 폐가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51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공주에서는 50대 주민 1명이 사망하고 이재민 310명이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공공시설 138건과 사유 시설 148건의 파손, 농경지 침수 825ha, 농경지 유실 20.3ha, 가축 14만8천마리가 폐사했지만, 호우에 피해 건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침수 피해를 본 주민들은 비가 그쳤던 지난 17일부터 본격적인 복구작업에 나섰지만, 하루만에 다시 억수같이 내리는 비에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동네 안쪽에 위치한 김모(72)씨 집은 전체가 침수되는 피해를 보았지만, 그는 손도 못 대고 다시 대피소로 향해야 했다.

치워도 끝이 없는 쓰레기 (공주=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18일 오후 충남 공주에 굵은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공주시청 직원들이 침수 피해로 못 쓰게 된 가재도구를 수거하고 있다. 2023.7.18 coolee@yna.co.kr

김씨는 "하나도 쓸 수 있는 게 없는데 이걸 다 버리려니까 너무 아깝다"며 "내 집에서 자고 싶은데 집이 아직 흥건해서 앉을 수도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침수와 토사 유실을 겪은 공산성 만하루와 금서루 앞 사면은 여전히 방수포만 덮인 채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고 있었다.

시설작물 재배·축산농가도 호우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농민들은 다시 쏟아진 비에 훨씬 더딘 복구작업을 벌여야 했다.

'여기 소가 있었소' (공주=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침수 피해를 본 충남 공주의 한 축산농가에서 18일 오후 축사 내 오물을 퍼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2023.7.18 coolee@yna.co.kr

이인면 만수리 한 축산농가에는 굴착기 등 장비 5대가 축사에 남은 오물 찌꺼기를 퍼 올리고 있었지만, 원상복구까지는 요원하기만 하다.

. 농장주 이모(62)씨는 680마리에 달하던 소들은 침수된 축사를 피해 인근 야산으로 올려보냈다며 다시 찾아오는 것은 아직 꿈도 못 꾼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미처 치우지 못한 소 사체를 가리키며 "150여마리밖에 못 찾았는데 얼마나 휩쓸려갔는지, 산에 몇 마리가 남았는지 가늠조차 안 된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 "이틀 전부터 복구작업 중인데 축사 바닥에서부터 4m 가까이 물이 차 모든 게 엉망"이라며 "오늘은 농협, 축협, 소방의용대, 시청 등 곳곳에서 봉사자들이 찾아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육군 제2 신속 대응사단 장병 70여명도 이날 공주 웅진동, 이인면, 탄천면 침수 피해를 보았던 주택과 축사에서 토사 제거, 배수로 작업 등을 도왔다.

'여기 소가 있었소' (공주=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침수 피해를 본 충남 공주의 한 축산농가에서 18일 오후 축사 내 오물을 퍼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2023.7.18 coolee@yna.co.kr

이날 오후 4시 기준 공주에는 시간당 10∼20㎜ 강한 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19일 새벽까지 최대 60㎜의 비가 쏟아질 전망이다.

공주시 관계자는 "비가 많이 내리는 관계로 자원봉사자와 군 장병들은 철수했고, 공공시설물 관련해서는 계속 보수작업, 안전조치 중"이라며 "주민 안전사고 예방을 철저히 하고, 다시 복구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oo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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