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극우 감수성’과 현실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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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촛불집회처럼 세련되고[잠시 멈춤] 세련된 집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모여서 태극기만 흔들면! 젊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박현선 <문화과학> 편집위원이 태극기집회를 지나가다가 본 것 중 인상 깊은 연설 중의 하나라고 언급한 것이다. 문화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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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우리는 촛불집회처럼 세련되고…[잠시 멈춤] 세련된 집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모여서 태극기만 흔들면! 젊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박현선 <문화과학> 편집위원이 태극기집회를 지나가다가 본 것 중 인상 깊은 연설 중의 하나라고 언급한 것이다.(<문화과학> 2017년 가을, 한국 우익의 형성, ‘태극기집회의 대중심리와 텅 빈 신화들’) 같은 글에서 인용한 다큐멘터리 <미스 프레지던트>는 태극기집회 참석자들을 자기 세대가 부정당하는 것을 못 견디고 뛰어나온, 박근혜와 ‘가족’이라는 이념으로 동일시하는 사람들이라고 분석한다.
앞의 글에서 이미 박현선은 태극기집회가 ‘일당 받는 노인들’이라는 세간의 평가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규모로 발전했다고 말한다. 2017년 조사에서 ‘박사모’와 ‘일베’ 사이트 글의 정치담론은 동일했다. 이들은 동일하게 ‘대한민국(믿음)-태극기(행위)-국민(소속감)’에서 애국의 삼각형을 그리고 있었다.
이제 그 연설자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017년으로부터 6년, 젊은 세대는 급속히 우편향됐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이하 남성의 72.5%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했고, 2022년 대선에서 20대 이하 남성의 58.7%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다 알다시피 이는 60대 이상 남성과 여성에 이은 높은 지지율이다.
기성 정치권의 도움 없이 ‘트잉여’(트위터를 하는 잉여)에 불과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까지 당선된 데는 온라인에서의 파열이 존재했다(<인싸를 죽여라>)고 앤절라 네이글은 분석한다. 2008년 버락 오바마의 메시지가 온라인에서 가슴 벅차게 인용된 반면,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의 슬로건이나 행동이 “좌우 가릴 것 없이 조롱감이 된 것”에는 새로운 우익 감수성이 큰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앤절라 네이글은 “주류 매체들은 알아듣는 사람만 알아듣는 유머로 점철된 하위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애썼고, 그것을 좌우 진영으로부터 일어난 반기득권 감성의 물결로 해석”했다고 하는데, 2022년 주류 매체들이 한국에서 한 일도 정확히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좋아 빠르게 가’에 피식 하고 말았지만, 줄이면 ‘비속어’가 되는 말에 언론은 점잖게 응대하고 말았지만, 유권자는 어쩌면 그런 본질 때문에 더 빠르게 흡수했다. 메시지가 아니라 이미지, 복잡함이 아니라 단순함, 공감이 아니라 혐오.
이것까지는 우리가 다 알던 이야기다. 정치권의 전장은 ‘온라인’이 됐다. 정치의 현실, 현실의 정치는 공중분해된 것 같다. 국회의원들이 오염수 안전을 보여주기 위해 수조의 물을 먹는 건 재밌는 밈일 뿐일까. ‘반국가 세력’을 언급한 것은 온라인에 팽배한 ‘북한 혐오’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말일까. 차관급으로 극우 유튜버가 임명된 것은 이제 유튜버가 ‘언론인’이기 때문일까. 현실의 정치는 방음벽 너머 외치는 소리처럼 아련하다.
혼란한 와중에 여러 질문을 던져본다. 들여다볼 일이 많다. 유튜버의 희망이 된 김채환 신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의 유튜브 채널 <시사이다>를 분석해봤다. 원장이 된 뒤 동영상은 비공개돼 독자가 확인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앞의 책 <인싸를 죽여라>를 번역하고 <급진의 20대> <프로보커터> 등의 책을 쓴 김내훈이 필자로 합류한다. 그의 글에서도 시대 읽기에 도움받을 수 있을 듯하다.
구둘래 편집장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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