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 견학하던 미군 월북…“월북하면서 ‘하하하’ 소리내”
주한미군이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하는 일이 발생했다.
유엔군사령부는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인 한 명이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했다”며 “북한이 현재 이 인원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미국인은 주한미군으로 이날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JSA를 견학하던 중 갑자기 MDL을 넘어 월북했다.
해당 주한미군이 징계를 이유로 미국에 호송되던 상황이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CBS는 미국 관리를 인용해 “월북한 병사가 징계 이유로 미국으로 호송되고 있었지만 공항 보안을 통과해 한국에서 투어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같이 관광에 참여했던 목격자는 “이 남성이 북한 국경 방향의 일부 건물 사이로 뛰어들기 전에 ‘하하하’ 소리를 크게 냈다”면서 “남성이 북한으로 건너갈 때 북한 군인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엔사는 월북한 미국인의 성별이나 나이 등 구체적인 신원 정보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유엔사의 통제를 받는 JSA 경비대대는 상황 발생 시 한국군이 아닌 유엔군사령부에 보고하게 돼 있다.
이날은 한·미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를 서울에서 열고 미국 오하이오급 핵 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이 42년만에 한반도에 기항한 날이기도 하다.
주한미군이 JSA를 통해 월북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1962년 주한미군 제1기갑사단 소속 병사로 근무하던 중 월북한 제임스 드레스녹 사례 등이 있었다. 드레스녹은 북한 선전영화에 미국인 악역 등으로 출연했으며 지난 2016년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에는 JSA에 근무하는 한·미연합사소속 한국인 병사가 경비근무 중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했다.이후 한국인이 판문점으로 월북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2017년 11월 하전사인 오청성이 JSA를 통해 최초 귀순했다.
AP통신은 “많은 북한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한국으로 도망치지만, 미국인이나 한국인의 월북 사례는 드문 편”이라면서 “냉전시기 북한으로 도주한 미군 찰스 젠킨스는 북한 선전 영화에 출연하고 일본 여성과 결혼한 뒤 2017년 일본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젠킨스는 주한미군에 복무하던 1965년 비무장지대(DMZ) 근무 중 탈영해 북한으로 넘어갔다.
이번 주한 미군의 월북이 얼어붙은 북·미관계에 호재가 될지, 악재로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유엔사가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고 밝힌 점으로 볼 때, 미국이 월북한 자국민의 송환을 요구하면 북·미 간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북한 억류 미국인 송환 문제로 양측이 협상을 시도한 사례도 있다.
다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에 반발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로도 비핵화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군사동맹 체제를 과도하게 확장할수록 우리를 저들이 바라는 회담탁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들 뿐”이라고 밝혀 북·미 간 협상이 이뤄지는 데는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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