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책임은 없다는 듯 ‘현장 책임자 엄벌’만 강조하는 당정

서영지 2023. 7. 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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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폭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사고를 두고 ‘인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강경 대응 기조를 통해 여론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정부의 재난·안전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이 또다시 드러난 만큼, 여당의 대응을 두고 중앙정부의 책임은 외면한 채 일선 현장에만 책임을 물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송 지하차도 침수 피해를 인재라고 하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점에 대한 철저한 감찰과 조사 및 수사가 필요하다”며 “책임자에 대해선 신분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문책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전날 오송 궁평2지하차도 현장을 찾아 “여기가 취약지역이라는 건 여기 담당하는 사람은 누구나 인식했어야 하는 거고, 그럼 현장에 와서 보고 지시를 빨리 하달시켰어야 한다. 그러니까 대통령도 화가 나신 것”이라며 현장을 질타한 바 있다.

김 대표의 행보는 정부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국무조정실은 전날 사태 원인 규명을 위한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사고 발생 시각 전에 ‘궁평지하차도 긴급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두차례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사고 전 경찰의 교통 통제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다. 국무조정실은 침수 사고에 앞서 범람한 미호강 임시 제방 공사와 관련한 각종 행정기록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중앙정부 책임에는 눈을 감고 일선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묻는 이런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장 공무원의 대응 실패와는 별개로 업무를 소관하는 지휘·관리자의 책임이 있다”며 “이태원 참사 때처럼 이번에도 재난 및 안전 업무의 실패를 모두 현장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부 들어 책임 전가가 습관화돼 있는데,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당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권력에는 책임과 권한이 동시에 부여된다”며 “수해 참사를 대하는 권력의 기본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무한책임이다. 일선 공무원의 책임도 가려야 하지만 대통령·총리·장관·시도지사의 책임은 더 무겁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 초선 의원은 “재해·재난 상황에서 리더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적극성을 보이느냐에 따라 피해 예방도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대통령이 당장 귀국했어도 (수해)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라는 지난 16일 대통령실의 해명은 책임 전가에 불과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각)부터 14일 리투아니아·폴란드를 순방한 뒤, 예정에 없던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하고 17일 귀국했다.

한편, 여당은 이번 폭우 피해를 지렛대 삼아 전임 문재인 정부 비판을 이어가며 ‘4대강 사업’ 띄우기에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자원 관리를 국토교통부가 아닌 환경부에서 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포스트 4대강 사업인 ‘지류·지천 정비사업’도 체계적으로 계속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물 관리 일원화를 목적으로 수자원 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한 점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전북 익산시 수해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뜬금없이 4대강 (얘기를 꺼내 든 것)은 뭔지 잘 모르겠다”며 “국민들이 지금 당장 겪고 있는 문제에 실질적 대안을 말씀하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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