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피프티 피프티 논란, 예사롭지 않다
피프티 피프티가 역대급 성공을 거둔 후 역대급 논란에 휩싸였다. 중소기획사인 어트랙트의 신인 걸그룹으로 케이팝 사상 최단시간 빌보드 핫100 차트 진입, 케이팝 걸그룹 사상 최장기간 빌보드 핫100 차트인 유지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월드스타의 조짐을 보였다. '중소돌의 기적', '흙수저의 성공신화', '방탄소년단 걸그룹 버전'이라는 찬사가 잇따랐다.
이제 세계를 무대로 나래를 펼 시점이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소속사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멤버들이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를 위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을 향해 역대급 비난이 쏟아진다. 이들이 뜨자마자 키워준 소속사를 버리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배신이라는 질타가 들끓었다.
중소기획사에서 아이돌 스타를 키워내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월드스타 키우기는 더 어렵다. 피프티 피프티는 그 어려운 일의 주인공이 됐다. 이 정도 상황에서 계약을 깨려면 소속사가 매우 중대한 잘못을 했어야 한다.
멤버들은 소속사가 정산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고, 건강을 해치도록 스케줄을 잡았고, 지원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소속사는 모두 부인하는 상황이다.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다만 소속사가 어느 정도 잘못을 했거나 불투명한 부분이 있었다 해도, 그것이 과연 계약을 깰 정도로 중대한 잘못일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만약 소속사의 일부 잘못이 드러나 멤버들이 재판에서 이겨도, 그 잘못이 충분히 중대하지 않다면 대중과 업계의 질타가 계속 멤버들에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많은 이들이 상식적으로, 키워준 곳을 배신하는 건 부도덕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멤버들은 지원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어쨌든 그 소속사가 이들을 세계적인 스타가 되도록 지원했다. 물론 대형기획사에 비해 인적 구성이나 인프라가 부실하고 자본력이 약할 순 있는데, 애초에 그런 중소기획사와 계약한 건 멤버들 자신 아닌가? 스스로의 선택엔 책임이 따른다.
신인들이 스타가 된 후 손쉽게 전속 계약을 파기한다면 케이팝 업계의 기본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 이번에 어트랙트는 피프티 피프티에 고액 월세의 강남 숙소라든가 개별 레슨 등 중소기획사치고는 큰 지원을 했다고 알려졌다. 이 정도 지원도 못하는 중소기획사들은 소속 가수들이 언제 계약을 깰지 몰라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기껏 수십억 원을 들여 스타를 키워놔도 바로 계약 깨고 나가버린다면 우리나라에서 중소기획사들이 스타 육성에 나설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 논란은 케이팝 업계의 질서하고도 연결되는 중대 사안이 되었다.
사람들은 신의, 도덕, 인성을 중시한다. 노래만 잘 한다고 대중이 사랑해주지 않는다. 그동안 소속사와 아이돌의 분쟁에서 누리꾼들은 대부분 아이돌을 지지해왔다. 이번엔 이례적으로 소속사 지지 여론이 압도적으로 크다. 많은 이들이 이 분쟁을 아이돌 배신 프레임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프레임을 깨려면 멤버들 측이 소속사의 더 큰 배신을 증명해야 한다. 소속사가 먼저 배신해서 도저히 함께 할 수 없었다는 점을 법정에서 증거로 밝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증거가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고 지켜봐야 한다.
다만, 연예계는 실정법 이상으로 대중의 정서법이 중요한 곳이라서 보통 여론전이 펼쳐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멤버들 측에 구체적인 근거들이 있다면 벌써 언론에 공개해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가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연 멤버들 측은 결정적인 한 방을 일부러 숨기는 것인가, 없어서 공개하지 못하는 것인가?
소속사는 멤버들 뒤에 배후가 있다고 의심한다. 프로듀싱 용역을 맡았던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가 멤버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입하면서 소속사를 불신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더기버스 측은 부인하면서 법정에서 증명하겠다고 했다. 피프티 피프티 히트곡인 '큐피드'의 저작권 빼돌리기 의혹도 제기됐는데 이에 대해서도 법정에서 소명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소명할지 지켜봐야 하는데, 이 부분에도 역시 '증명할 자료가 있다면 벌써 공개해서 억울함을 풀었어야 하지 않나'라는 의혹이 나온다. 어쨌든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것과 별개로 월드스타의 가능성까지 보였던 멤버들과 소속사가 모두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입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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