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로 여의도 107배 농지 쑥대밭… 밥상물가 어쩌나 [전국 ‘물폭탄’]

안용성 2023. 7. 1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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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플레이션 경고등
애호박 63%↑ 오이 37%↑… 채소값 요동
과일주산지 충북·경북 폭우 피해 겹쳐
전국서 닭 등 가축 69만마리 폐사도
농산물 출하량 감소·原乳 가격도 들썩
‘장바구니 물가’ 추석까지 영향 우려

전국에 쏟아진 ‘극한 폭우’로 농지 3만여㏊가 물에 잠기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시설 재배 하우스와 과일 산지인 충북과 경북 지역에 폭우가 집중되면서 주요 농산물 출하에 타격을 입은 탓이다.

애호박, 상추, 복숭아 등의 도매가격이 며칠 새 최대 60%가량 상승했다. 여기에 닭, 오리 등 가축도 70만마리 가까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축산물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높은 ‘장바구니 물가’가 이번 폭우로 더욱 요동쳐 추석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다.
수마가 할퀴고 간 수박밭 지난 17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자왕리 일대 수박 재배 비닐하우스 속 수박이 침수 피해로 진흙탕 속에 널브러져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 신고가 접수된 농지 면적이 18일 오전 6시 기준 3만1064.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뉴스1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 신고가 접수된 농지 면적이 18일 오전 6시 기준 3만1064.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의 107배에 달한다.

피해 농지 중 침수된 농지가 3만319.1㏊로 대부분이고, 침수 농지 중 2만2314.6㏊는 벼 재배지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1만4572.3㏊, 충남 1만329.7㏊, 충북 2571.5㏊ 등의 순으로 피해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집중호우로 가축 약 69만30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폐사한 가축 중 닭이 64만4000마리로 대부분이고, 오리가 4만5000마리, 돼지와 소가 각각 3200마리, 300마리다.
농지와 축사 피해가 이어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애호박(20개) 도매가격은 4일 전보다 63.3% 상승했다. 오이(37.0%), 적상추(35.4%), 시금치(20.1%), 수박(17.9%), 복숭아(12.8%) 등도 줄줄이 가격이 인상됐다.

폭우 전까지만 해도 농산물 물가는 비교적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였다. 채소류 물가상승률은 지난 3월 13.8%에서 4월 7.1%, 5월 6.9%, 6월 3.6%로 상승 폭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최근 폭우로 인한 농축산물 가격의 상승압력이 전체 물가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집중호우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농산물 가격은 앞으로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집중호우 관련 상황점검 긴급회의에서 “집중호우가 남부로 확대하면서 피해 면적이 수만 ㏊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6일 충남 논산천 제방 붕괴 현장 인근에 있는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긴 모습. 연합뉴스
일각에선 일부 농산물의 경우 생산량 감소로 비싼 가격이 유지돼 추석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과의 경우 앞서 이상저온과 우박 피해 등으로 생산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집중호우로 재배지 130.8㏊가 침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배추 가격이 급등해 지난해 ‘김치 품절 사태’가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여름의 경우 폭염과 폭우 등으로 배추 생산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9월 초 태풍 ‘힌남노’까지 상륙해 배추 도매가격이 치솟았다. 이에 식품사들의 온라인몰에서는 배추김치의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외식물가 등 전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6.3%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7%)을 크게 웃돌고 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경우 단기 조치를 위해 관련 수입을 늘리거나 할인행사를 유도하는 등 수급 관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사진=뉴스1
유제품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원유(原乳) 가격도 물가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낙농가와 우유업계 간 원유 가격 협상 2차 마감 시한이 19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원유값이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낙농업계가 사료값과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강고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장바구니 물가상승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마트는 호우 피해가 컸던 상추 등 엽채류의 경우 충청 지역 물량 외에 강원도 지역 대체 산지 확보에 나섰다.

특히 7월 장마를 대비해 올해 양상추류 스마트팜 재배 물량을 전년 대비 50% 추가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또 저장이 가능한 양파, 단호박, 감자 등은 장마 이전에 물량을 미리 확보해 이마트 자체 물류센터인 후레쉬센터에 사전 매입해 저장하고 있다. 폭우로 침수된 충북 지역 옥수수 농가를 대체하기 위해 밀양, 해남 등 대체 산지를 확보해 옥수수 물량도 보충할 계획이다.

세종=안용성 기자, 이도형·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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