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밀수'의 한 수…"수중 액션, 쫄깃하다" (간담회)
[Dispatch=박혜진기자] 속고 속이는 전쟁이 시작된다. 배경은 심해. 밀항선에서 뛰어내리고, 상어에 쫓긴다. 수중에서 짜릿한 액션을 펼친다.
류승완 감독이 그의 장기를 펼친다. '모가디슈', '군함도', '베테랑', '베를린'에 이어 쫀쫀한 액션을 들고 왔다. 1970년대 밀수의 세계를 그린다.
여기에 축복받은 라인업이 힘을 싣는다. 우선, 베테랑 여배우 투톱이 눈길을 끈다. 김혜수가 거친 연기로 힘을 주면, 염정아가 감정 연기로 완급을 조절한다.
흔하지 않은, 조인성 표 매운맛 액션도 볼 수 있다. 박정민은 코믹의 키를 쥐고 훨훨 날았다. 익살스럽고 맛깔난, '류니버스'를 완벽하게 구현한다.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측이 18일 서울시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수중에서 펼치는 수직 액션
'밀수'는 해양 범죄 활극이다. 바다에 던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큰 판이 벌어지면서 사건에 휘말린다.
이 작품의 포인트는, 단연 수중 액션이다. 류 감독은 수중과 지상을 오간다. 다양한 액션 시퀀스를 시도했다.
그는 "수중에서 액션을 구현해 보고 싶었다"며 "이 영화를 하겠다고 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수중 액션의 장점은 명확하다. 수직 움직임이 자유롭다는 것. "몸으로 하는 중력의 한계가 있다. 수중에서는 동선을 (자유자재로) 크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지점이 나왔다. "해녀들은 물 속에서 유리하다. 그들이 격투 액션을 펼친다면 어떨까"라며 "훨씬 경쾌하고 새로운 리듬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배우들은 해녀 역할을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특히, 김혜수(춘자 역)는 공황도 이겨냈다. 덕분에, 수중씬에서 관객도 함께 잠수하며 보는 느낌을 받는다.
수중 액션이 전부가 아니다. 땅에서도 쫄깃한 액션을 펼친다. 조인성의 맨몸 격투가 바로 그것. 여기서 류승완 표 장기가 나온다. 루즈하지 않게, 코믹을 얹었다.
◆ 1970년, 그때 그 시절 재현
화면에 1970년대를 고스란히 담았다. 춘자의 과한 웨이브, 장도리(박정민 분)의 이상한 옷, 권 상사(조인성 분)의 선글라스 등은 1970년대 홍콩 영화에서 가져왔다.
레트로한 연출도 돋보였다. 분할 컷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류승완 감독은 1970년대를 택한 이유에 대해 "그 당시 생필품을 밀수하는 게 흥미로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일 당시 규제가 많았다. 흔한 바세린, 청바지 같은 것들도 밀수하던 시절"이라며 "그 시절과 사람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밀수'는 짜릿한 완급조절을 가진 영화다. 긴박하다가도 순간 순간 코믹하다. 그 시절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게 분위기 전환에 큰 역할을 했다.
류 감독은 "1970년대 세계를 가장 빨리 알려준 건 음악이었다"며 "꼭 쓰고 싶은 음악을 미리 선곡했었다"고 말했다.
장기하 음악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 시기 음악에 진심인 분"이라며 "(그가) 작곡한 것과 (제가) 선곡한 것의 괴리가 덜하다. 활약이 크다"고 칭찬했다.
◆ 축복 같은 라인업
배우들에게도, 감독에게도, 꿈의 라인업이다. 배우들은 류 감독을 신뢰하고, 맡겼다. 감독은 배우들을 낭비 없이 밀도 있게 배치했다.
감독은 "연출자는 좋은 각본, 스태프, 배우들이 구성된다면 역할은 다 끝났다"며 "좋은 것을 골라내면 된다. 그래서 캐스팅에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김혜수와 염정아는 애초부터 점찍었다. "팬이기도 하다. 정말 작업해 보고 싶었다. 각본 쓰는 내내 떠올랐다"고 칭찬했다.
조인성은, 그에게 가장 좋은 벗이었다. 추구하는 영화의 방향도 같았다. 김종수에게는 의외의 모습을 기대했다. '신선한 맛'이 있다는 것.
박정민에게는 작업 전부터 매료됐다. 그의 맛깔난 연기에 반했다. 고민시의 간드러진 충청도 사투리가 중요했다.
배우들 역시 감독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조인성은 "(영화가)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가볍지도 않은, 그러면서도 엣지 있어야 하는 생각들이 공통됐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감독님의 팬이었고, 그와 함께하는 건 꿈이었다"며 "디렉션을 받으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재밌었다. 제 연기는 100% 감독님의 영향"이라며 겸양을 보였다.
◆ '함께' 완성한 영화
배우와 감독이 영화를 함께 만들어 갔다. 그래서, 케미는 말할 것도 없다. 배우들은 "행복한 현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혜수는 "힘든 건 아예 없었다"며 "현장은 늘 어려웠는데, 처음으로 더불어 즐겁다는 경험을 했다. 선물 같은 감정이었다"고 떠올렸다.
서로가 소통하며 디테일을 잡았다는 것. 일례로, 류 감독과 김혜수는 새벽에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영화에 대해 고민했다.
류 감독은 "김혜수 선배님이 영향을 많이 주셨다"며 "연출부처럼 일하신다. 밤에도 영화에 썼으면 하는 이미지들을 찾아줬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생긴 씬도 있다. 염정아가 배 위에서 쓸쓸히 노래하는 씬이다. "김혜수와 염정아가 갈라졌지만, 음악을 공유하자는 아이디어에서 만들었다"고 전했다.
감독은 "의견을 많이 모았다. 혼자는 절대 못 했을 것"이라며 "아이디어를 수렴해 주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함께 해서 가능했다"고 공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제가 어려서부터 좋아한 음악, 영화, 사람들에 대해 현장에서 배웠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밀수'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사진=정영우기자(Disp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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