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0만명 환자 밀렸는데…“월급 박해” 전공의 총파업중인 나라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NHS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서는 740만 명이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중인 상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수치인 410만 명보다 크게 늘어났다. 치료를 기다리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영국의 초과사망(일정 기간 예상되는 수준보다 높은 사망) 사례는 지난 50년 내 최고치로 높아졌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올해 들어서도 초과사망 사례는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1분기에는 초과사망자의 절반이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 영국의 투자자문사 LCP의 스튜어트 맥도날드 데이터 전문가는 “주로 치료 지연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심혈관 질환자들의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NHS가 맞은 위기는 영국 정부의 장기화된 재정 긴축과 인구 고령화가 맞물린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영국 보수당 주도 하에 의료 지출 증가폭이 최소화되면서 NHS 소속 의료진들의 처우가 악화되고 병원들의 시설 노후화도 가중됐다. 실제로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5.1% 증가했던 영국의 의료 부문 지출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2% 증가했다. 이로 인해 의료진들이 현장을 이탈하거나 해외로 떠나면서 인력 부족이 만성화된 상태이며 병원 시설 개선도 지난 10년간 매우 더디게 진행돼왔다. 그 결과 유럽 주요 국가들보다 1인당 의사 수와 병원 병상 수가 적어졌다.
다급해진 영국 정부는 지난달 의료 인력을 향후 15년간 30만 명 확충하고 5년간 24억 파운드(약 4조 원)을 NHS에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의료진들의 급여 개선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의료 현장의 반발을 샀다. 지난 12일 전공의들은 즉각적인 임금 인상과 인력 확충을 요구하면서 18일까지 파업에 돌입했다. NHS 소속 의사들이 닷새 넘게 파업에 들어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공의들은 더딘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해 지난 15년간 실질 임금이 26%나 감소했다고 주장하며 임금을 35% 올려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전문의들도 전공의의 뒤를 이어 오는 20일부터 48시간 동안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NHS의 위기가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인만큼 단순한 해결책으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 지출에 예산을 더 투입한다고 가정해도 인구 고령화 국면에서는 지속이 불가능하다. 저성장에 시달리는 영국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재정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전문가들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NHS 일부를 민영화하거나 일부 질환 치료에 한해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재정을 투입하는 현 구조에서 사회 보험 체계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NHS가 복지국가 영국의 정체성을 대표한다는 상징성 때문에 정치권에서 섣불리 메스를 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NYT는 “영국 복지 국가의 자랑스러운 상징이 역사상 가장 깊은 위기에 처해있다”며 “정치인들은 눈 앞에서 잠식되고 있는 시스템을 위해 치어리더가 될 수밖에 없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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