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K-고속철 유럽 역수출 `대표 세일즈맨`… "어려운만큼 보람도 큽니다"
"역사의 한페이지 장식 매력적… 팀코리아로 기업과 해외진출"
'순혈 공단맨' 우현구 국가철도공단 해외사업처장
2004년 1월 철도청 건설분야와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이 통합돼 출범한 국가철도공단은 철도를 건설하고 시설을 관리하는 공기업이다. 철도 건설과 함께 역세권 및 복합역사 개발, 철도재산 및 임대사업, 철도부지활용 행복주택건설 등의 사업을 벌인다. 이렇게 철도를 건설하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나 SR이 이를 활용해 열차 교통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민들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최근 몇년간 국가철도공단에는 해외에서 반가운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 민간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공단의 먹거리를 창출하며 K-철도산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는 공단의 핵심 조직인 '해외사업처'가 분주히 움직인 덕분이다.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으로 입사해 국가철도공단의 여러 요처를 두루 거친 '순혈 공단맨'인 우현구(54·사진) 해외사업처장은 "지난 2005년 중국 수닝과 중경을 잇는 수투선 감리 수주로 해외 철도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후 현재까지 26개국 84개 사업에 참여했다"며 "누적 수주규모는 5949억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폴란드 신공항(중동 유럽 최대 허브공항)과 주요 거점도시를 연결하는 총 2000㎞의 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도화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공단은 작년 상반기 설계와 감리분야 사전자격심사를 통과한 후 세차례의 시도 끝에 지난달 폴란드 카토비체와 체코 오스트라바를 잇는 구간(96㎞) 설계용역을 430억원에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 처장은 "유럽 철도사업 진출이 처음인 만큼 생소한 입찰절차 및 관련 규정이 많아 참여를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며 "입찰절차뿐만 아니라 업무 진행방식이 우리와 많이 달라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주폴란드 한국대사관과 KOTRA 바르샤바무역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앞서 진출한 인천국제공항공사, 포스코, 현대로템 등 국내 기업의 자문 덕분에 폴란드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두차례의 수주 실패가 쓴 경험이긴 했지만 세번째 도전할 수 있는 중요한 양분이 됐다. 우 처장은 "프랑스나 스페인 등 유수 서유럽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두 번의 수주 실패를 경험한 후에 철저히 원인을 분석하고 절치부심한 결과 '카토비체~오스트라바 간 고속철도 설계용역'을 수주할 수 있었다"며 "뒤이어 발주된 시에라츠~포츠난 구간(155㎞)도 수주가 확실시되는 등 폴란드 철도사업 참여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철도사업에 K-철도를 심는 것은 공단에서도 큰 도전이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지정학적으로 서유럽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다, 철도 분야에선 유럽의 쟁쟁한 기업들이 많아 시장진입 장벽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공단은 유럽에 한국 철도를 알리기 위해 2021년 3월 폴란드 신공항공사와 워킹그룹을 구성해 고속철도 기술협의를 시행하는 한편, 작년 4월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철도 유관기관과 업체를 대상으로 '한·폴란드 고속철도 기술협력 포럼'을 개최하는 등 홍보 활동도 적극로 펼쳤다.
"폴란드 고속철도사업 수주는 우리나라가 2004년 유럽 방식 고속철도를 도입한 이후 20년만에 한국의 고속철도 기술을 유럽에 수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그는 "향후 유럽 철도시장에 더 많은 국내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합심해 지원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철도공단 대표 세일즈맨'으로 불리는 우 처장에게 공단 입사를 결심한 계기도 물으니 "고속철도 건설은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우리나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중대한 일에 참여한다는 것이 매우 매력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입사 후 용지, 사업관리, 계약 등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각종 민원을 처리했으며, 환경단체나 지자체 등과도 갈등이 적지 않았다"며 "인내심을 갖고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해왔다"고 덧붙였다.
내년이면 국내에서도 고속철도가 운행된지 벌써 20주년이 된다. 그는 "대한민국에 KTX 없는 일상은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가슴 벅차고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2004년에 첫 운행을 개시한 고속철도는 프랑스 기술을 토대로 했으나, 현재는 모든 기술이 국산화됐으며 이를 발판으로 해외로 K-고속철도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공단은 2020년 태국 3개 공항 연결 고속철도 PM/설계 및 시공감리 용역을 수주한데 이어 작년에는 모로코 누아서~마라케시 고속철도 설계용역을 맡았다. 올해는 폴란드 고속철도 설계용역을 당당히 거머쥐었다.
우 처장은 "최근 글로벌 철도시장은 금융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일괄발주 민자사업이 늘어나면서 우리 기업들이 해외 진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쟁관계인 유럽, 중국 등의 경우 선제적 시장 점유를 위해 사업을 처음부터 기획해 개도국에 제안하거나, ODA(공적개발원조)나 ECA(수출금융기관)를 통해 소요 자금을 조달하는 등 세계 철도시장 수주전이 국가 대항전 양상을 띠고 있는 상황이다.
우 처장은 "공단의 수익 추구에 앞서 민간 기업 해외 진출을 통한 우리 철도의 성장과 해외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 방점을 두고 '팀코리아'로 해외 철도사업 디벨로핑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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