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터널 못 지나겠어요” 불안 호소 [전국 ‘물폭탄’]

김나현 2023. 7. 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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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그 터널은 못 지나다닐 것 같아요."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오송 지하차도) 인근에 사는 황인모(63)씨는 18일 "자주 다니던 길인데 비가 오면 또 물이 넘칠까봐 두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막지 못한 국가의 재난 대응 체계 앞에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경기 분당구에서 서울 시청역 근방으로 자차로 출퇴근하는 최수연(32)씨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소식을 접한 이후 지하차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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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人災’ 트라우마 확산
허술한 교통통제 등 문제 지적
전문가 “대응체계 재구축 필요”
“앞으로 그 터널은 못 지나다닐 것 같아요.”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오송 지하차도) 인근에 사는 황인모(63)씨는 18일 “자주 다니던 길인데 비가 오면 또 물이 넘칠까봐 두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인명 수색을 위한 배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막지 못한 국가의 재난 대응 체계 앞에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14명의 사망자가 확인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또 하나의 ‘인재(人災)’를 경험한 시민들은 일상을 위협하는 죽음의 그림자를 입 모아 걱정했다.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국가적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참사의 경우 출퇴근길 등에 매일 지나치는 지하차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컸다. 다수의 시민이 “일상적으로 다니던 지하차도가 ‘침수 위험 구간’으로 다시 보인다”고 토로했다.

경기 분당구에서 서울 시청역 근방으로 자차로 출퇴근하는 최수연(32)씨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소식을 접한 이후 지하차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은연 중에 죽음의 두려움을 느껴야 되는 게 두렵고 슬프다”고 전했다. 회사원 김종민(37)씨도 “폭우에는 가급적 운전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지하차도 트라우마’, ‘폐소공포’를 호소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충북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119구조대와 특전사가 협동으로 인명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참사 때마다 반복되는 정부의 미진한 재난 대응체계가 트라우마를 촉발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번에도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도로교통 통제 문제가 있었다. 한지연(28)씨는 “(이번 참사를 보며) 세월호, 이태원 참사와 작년 주차장 침수사건까지 연달아 떠올랐다”며 “국가의 사전대응이나 사후 처리에 신뢰가 가지 않다 보니 나도 저런 상황에 있으면 꼼짝없이 죽겠구나 생각밖에 안 들어 허무했다”고 토로했다. 한씨는 “이제 폭우가 오면 지하차도로는 가지 않겠지만, 누군가의 죽음으로만 죽음을 피할 방법을 알게 되는 사회가 안타깝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를 총체적으로 점검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일 한국재난안전교육연구소장은 “통신·전달·보고 체계 등 부족한 점을 돌아보며 재난 대응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김나현·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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