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회피하려 주식 헐값 매각' SPC 회장 첫 공판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매각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오늘(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 심리로 허 회장의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허 회장은 지난 2012년 SPC그룹 계열사인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갖고 있는 밀다원 주식을 SPC삼립에 낮은 가격으로 팔아 파리크라상과 샤니에게 각각 122억 원과 58억 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사 측은 SPC삼립에 판 밀다원 주식가격이 255원으로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2008년 밀다원 주식을 살 당시 가격인 3,038원은 물론 적정가격인 1,595원보다도 훨씬 낮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방지'를 위한 상법 개정으로 허 회장이 내야할 증여세 7억여 원이 발생할 걸로 예상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한 범행이라고 검사 측은 주장했습니다.

반면 허 회장 측은 "배임에 해당하지 않고, 배임의 고의도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양측 의견진술이 끝난 뒤 전 SPC그룹 법무팀장 A 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됐습니다.

검사 측은 주식 거래가 이뤄진 날 '최고경영자 결정으로 파리크라상과 샤니의 밀다원 주식을 양도한다'는 내용이 적힌 내부메일을 보여줬는데 A 씨는 자신이 받은 메일이 맞다고 답했습니다.

A 씨는 이어 지난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삼립간 주식 거래 계약을 할 당시 '현행법이 규정한 이사회를 열어 결정했느냐'는 검사 측 질문에 "실제 이사회는 개최하지 않고 사후적으로 의사록만 작성한 걸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허 회장 측 변호인이 "물리적으로 (모여서) 이사회를 한 건 아니지만 각사 이사들이 논의를 한 건 맞다고 이해해도 되느냐"고 묻자 A 씨는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달 25일 두번째 공판에서 계열사 회계담당자 등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공판에 처음 출석한 허 회장은 법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을 피해 다른 입구로 법정에 들어갔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