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억 배임’ SPC 회장 첫 공판…“회사 손해” vs “총수 일가 손해”

증여세를 피하려고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 그룹 회장의 첫 공판에서 주식 저가 매각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측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오늘(18일) 오후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영인 회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양 측은 그룹 계열사인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매각할 때 금액과 방법 등을 놓고 부딪혔습니다.

검찰은 허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을 설명하면서 “밀다원의 주식 매도액은 주당 255원이었는데, 이전 밀다원의 주식 가치 평가와 최대 11.9배 차이가 난다”면서 “밀다원 주식을 취득한 금액보다 현저하게 저가로 정당한 절차 없이 매각해 파리크라상에 121억, 샤니에 58억 손해를 끼쳤다”고 발했습니다.

반면, 허 회장 변호인은 밀다원 주식을 저가로 매각해 대주주 일가가 손해를 봤다고 맞섰습니다.

허 회장 변호인은 “매각 당시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허 회장 일가가 주식을 100% 소유해, 두 회사 손해는 총수 일가 대주주에게 귀속된다”면서 “상장회사인 삼립의 소액주주들은 손해를 입지 않는 구조이고, 총수 일가가 이익을 얻으려면 (밀다원 주식을) 고가에 매각했어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 공판에는 당시 그룹의 준법경영실장을 지냈던 정 모 씨가 증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정 씨는 검찰 질문에 “주식 가치 평가는 세법 분야라 제가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주식 매각을 위한) 이사회 개최는 당시 2012년 연내에 불가능하다고 들어 사후적으로 의사록만 작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허 회장 측 변호인은 “이사회를 실제 개최하진 않았지만, 이사들이 논의해서 결정했나?”고 정 씨에게 물었고, 정 씨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SPC 그룹 총수 일가의 증여세 부과를 피하려고 밀다원의 주식을 삼립에 저가에 팔아 회사에 179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주식 거래가 이뤄진 2012년 12월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가 신설돼 시행되기 한 달 전으로, 계열사인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밀다원 주식을 매도하지 않으면 총수 일가에게 매년 증여세 약 8억 원이 부과될 예정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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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기자 (hojoon.lee@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