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강 임시제방 유실·지하차도 통제 부실… ‘23명 사상’ 책임 규명 돌입 [전국 ‘물폭탄’]

강은선 2023. 7. 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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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오송 참사’ 수사 본격화
금강홍수통제소, 흥덕구에 ‘대피 경고’
청주시도 전달받았지만 통제는 없어
충북도는 지하차도 CCTV만 지켜봐
제방 유실 관련 행복청·업체 등 조사
지자체 폭우 대비 매뉴얼 준수도 체크
경찰, 2시간 늑장 대응 역시 도마 올라

23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가 본격 시작됐다. 수차례 홍수경보에도 지하차도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와 책임 소재, 미호강 임시제방 유실, 지하차도 관리 부실 등이 집중 조사 대상이다.

18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송영호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수사관 등 88명을 구성해 수사전담팀을 꾸렸다. 수사팀은 사고 원인과 책임을 밝히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과 미호천교 신설 공사 업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사흘이 지난 18일 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임시 제방에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수포 모래주머니가 둘리어 있다.청주=뉴스1
경찰은 미호강 임시제방 공사 배경과 유실 경위 등 조사를 위해 공사 관계자들을 소환할 계획이다. 인근 주민들은 미호강 옆 미호천교 신설 공사로 급조된 임시제방이 폭우로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참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임시제방 유실 구간은 50∼60m 정도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4시부터 공사업체가 포클레인을 동원해 모래로 미호강에 임시제방을 쌓고 있었다. 제방 유실이 이번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미호강 제방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행복청 역시 조사가 불가피하다. 앞서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날 지하차도 침수 차량에 대한 감식과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제방 일대를 현장 감식했다.

충북도와 청주시·흥덕구 등 지자체와 홍수경보를 발령한 금강홍수통제소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와 청주시·흥덕구는 홍수경보와 심각단계 발령에도 주민 대피나 지하차도 차량 진입 통제를 하지 않는 등 총체적 대응 부실로 ‘관재(官災)’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강홍수통제소가 미호강 범람 위험을 흥덕구에 알렸는데도 도로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과 경위는 핵심 규명 대상이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지난 15일 오전 4시 10분쯤 미호천교에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두 시간 뒤 미호천교가 계획홍수위인 9.29m에 도달하자 흥덕구에 전화를 걸어 “주민 대피와 교통통제를 해야 한다”고도 알렸다. 흥덕구 관계자는 이 내용을 오전 6시 39분 청주시에 전달했다고 했지만 도로 통제는 전무했다.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 역시 급박한 상황에서 별다른 조치 없이 지하차도 폐쇄회로(CC)TV만 지켜본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도는 “강물이 2∼3분 만에 부지불식간에 지하차도로 유입되면서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자체 간 ‘네 탓 공방’은 경찰 조사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가 폭우 대비 매뉴얼을 잘 지켰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지하차도 배수 시스템과 폭우 시 배수 기능 작동 여부 등도 지하차도 설계도를 통해 들여다본다.

경찰 역시 조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사고 당일 오전 7시쯤 미호천교 공사업체 감리단장이 폭우로 미호천교 임시 제방 붕괴 위험에 따른 주민 대피 등을 112에 두 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이 첫 신고 뒤 2시간이나 지나서 도착해 늑장대응 비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는 이번 참사는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죄’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중 ‘중대시민재해’ 부분 적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이번 참사의 경우 지하차도 배수시설 등 관리상 결함과 폭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중대시민재해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임성문 변호사는 “지하차도와 미호강 제방 관리주체 등 각각 과실 여부를 따지게 될 텐데 근본적으로 지하차도를 건설할 때 배수문제를 해결했는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며 “강 인근에 있는 지하차도인 만큼 제방 유실 시에도 정상 배수가 될 수 있는지 고려해 설계했냐가 쟁점이 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를 당한 747번 급행버스와 트럭 등은 참사 흔적을 고스란히 지닌 채 임시보관소로 견인됐다. 청주=뉴시스
이번 참사와 비슷한 사고에서 관련 공무원·업체는 모두 실형을 받거나 재판정에 섰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와 꼭 닮은 부산 초량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선 공무원 11명이 업무상과실치사와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모두 실형을 받았다. 부산 초량지하차도는 2020년 7월 집중호우로 물이 차 3명이 숨졌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폭우 등으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주민 9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 경찰은 포항시와 한국농어촌공사, 해당 아파트 관리업체 관계자 등 1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지난 15일 오전 8시 45분 집중호우로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하천수 6만t이 인근 궁평2지하차도로 삽시간에 밀려들어 시내버스 등 차량 16대가 물에 잠겨 사망 14명 등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청주·부산·포항=강은선·오성택·이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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