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소송 당한 테슬라 이사진, 9200억 토해낸다

델라웨어 형평법원 주주대표소송 사건 중 최대 합의액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뉴스1

창업주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테슬라 이사들이 7억3500달러(9261억원)를 회사에 반납하기로 했다. 경영실적에 따른 보상이라고 해도 너무 많이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소송이 제기되자 보상으로 받은 스톡옵션과 현금을 반환하기로 한 것.

━

"1100만주 스톡옵션, 보상 너무 많다" 주주대표소송 제기

━

18일(현지시간)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테슬라 이사들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테슬라에서 받은 7억3500만달러어치 스톡옵션과 현금을 회사에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사건을 맡은 델라웨어 주 형평법원 재판장 카사린 맥코믹 판사가 합의안을 승인하면 이번 소송은 그대로 종결될 전망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미디어계의 거물 루퍼트 머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 머스크의 동생 킴벌 머스크 등이 스톡옵션과 옵션 행사로 취득한 현금을 테슬라에 반환하게 된다.

테슬라 이사진은 2021년부터 올해분까지 보상을 포기하고 회사 보상 프로그램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테슬라 주주였던 미국 디트로이트 주 경찰·소방 연기금은 테슬라 이사진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회사 주식 1100만 주에 대한 스톡옵션을 챙겨간 것은 부당하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이 경우 이사진에 소송을 제기해야 할 1차 당사자는 회사지만,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경영진에게 소송으로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이때 주주가 제기하는 소송을 주주대표소송이라고 한다.

경영진은 합의의 대가로 7억3500억 달러를 지급하는 셈인데, 델라웨어 형평법원이 맡은 주주대표소송 중 이 정도의 합의금이 오간 사건은 없었다고 한다. 테슬라는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나, 델라웨어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이사진은 주주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이번 합의를 통해 법률 리스크를 제거하고자 한다"고 합의 취지를 밝혔다.

━

'69조원' 머스크 보상 패키지 사건 결론은?

━

이번 사건 합의가 별도로 진행 중인 머스크 사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앞서 테슬라 주주 리처드 토네타는 이사진이 머스크에 총 550억 달러(69조4200억원)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승인한 것은 잘못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보상안은 머스크에 월급과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는 대신 12개의 목표를 정하고 머스크가 하나를 달성할 때마다 1%의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는 내용이었다.

쟁점은 머스크가 보상 패키지 승인을 위해 이사회를 압박했는지 여부다. 머스크의 측근이자 테슬라 이사인 아이라 에렌프리스는 지난해 11월 이 재판 증인으로 나와 "머스크는 당찬 비전을 갖고 CEO로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며 보상 프로그램은 정당했다고 밝혔다. 포춘에 따르면 에렌프리스는 이사회가 주요 기관투자자 의견과 각종 컨설팅, 법적 조언을 종합해 1년 가까이 보상 프로그램을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머스크의 리더십은 테슬라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이런 과감한 계획이 있어야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