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과거 성공경험 잊어라"...시각과 관점 변화 주문

임찬영 기자, 정인지 기자 2023. 7. 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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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제공=롯데지주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하반기 경영 키워드로 'Unlearning Innovation'을 제시하며 새로운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Unlearning Innovation'은 '배우거나 경험한 것을 잊는다'는 'Unlearning'을 활용해, 과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현재의 성공에 제약을 가하는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버리고 새로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용어다. 환경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롯데그룹은 18일 롯데월드타워에서 '2023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열고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기조, 디지털 변혁 등 기업 경영 환경 변화를 촉진하는 외부 요인을 점검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VCM은 롯데 계열사가 모여 그룹 중·장기 목표와 전략을 공유하는 회의로 상·하반기에 한 번씩 열린다.

신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에게 "사업의 관점과 시각을 바꾸라"고 주문했다. 그는 "환경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고집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유연한 생각으로 현재의 환경에 부합하는 우리만의 차별적 성공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사업과 기존 사업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과 신사업에 대해 지속해서 고민해야 한다"며 "매출·이익 같은 외형 성장과 더불어 현금흐름과 자본비용 측면의 관리 강화가 필요하며 항상 ESG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한 미래에서 확실한 것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해외 사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같은 신성장 시장과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도 함께 고려해 달라는 주문이다.

신 회장은 "AI기술이 과거의 PC, 인터넷, 모바일처럼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단순히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찾고 이를 과감한 실행으로 이어지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래형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비전과 전략에 부합하는 투자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 세 가지 경영방침도 강조했다. 투자가 필요한 부분을 잘 판단하고 투입되는 자원과 발생하는 수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리스크를 시스템을 구축해 선제적으로 관리해 줄 것도 당부했다.

신 회장은 마지막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다"며 변화와 혁신을 위해 'Unlearning Innovation'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신 회장은 "지금은 우리에게 미래를 준비하고 재도약을 위한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저와 함께 변화의 중심에 서달라"고 말했다.

하반기 VCM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각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롯데지주 실장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도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VCM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신 상무는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공동대표와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 상무가 잇달아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롯데그룹의 경영 승계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VCM에선 한국투자증권과 MS(마이크로소프트)에서 초청한 전문가들이 △세계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전망 △생성형 AI 의미와 비즈니스 활용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어 이동우 대표가 상반기 경영 실적을 돌아보고 해외 사업 전략, 효율적 투자 집행 등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헬스케어, 롯데정보통신을 위주로 헬스 앤 웰니스, 모빌리티 등 롯데가 추진하는 신성장 동력 육성 현황과 계획도 공유했다. 롯데가 상반기 VCM에서도 신사업을 강조했던 만큼 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미래 전략 관련 회의가 이어졌다.

식품·유통·화학 등 주요 사업군별 총괄대표가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다만 주요 사업군 중 하나인 호텔군은 최근 이완신 전 롯데호텔군HQ 총괄대표가 갑작스레 사임하면서 발표를 진행하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한 계열사 CEO들은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경기가 어렵다 보니 실질적인 내실 있게 하자는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은 "하반기도 상반기에 언급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특별한 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케미칼 실적 부진에 대해 그는 "실적은 항상 부침이 있는 것으로 위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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