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과 '.ML' 도메인 헷갈려... 미군 이메일 수백만 통, 러 동맹 '말리'로 보내졌다

김현종 2023. 7. 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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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미군 이메일 수백만 통이 사소한 오타 하나 때문에 러시아 동맹국인 서아프리카 말리로 전송된 사실이 드러났다.

미 국방부 도메인(인터넷 주소)인 '.MIL'을 쓰는 계정으로 보내야 할 이메일을 발신자가 말리(Mali)의 국가 도메인인 '.ML'로 잘못 입력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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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 유출 없었지만 '민감한 정보' 포함
참모총장 해외일정·대테러 첩보 등 유출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 2022년 상공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알링턴=AFP 연합뉴스

최근 10년간 미군 이메일 수백만 통이 사소한 오타 하나 때문에 러시아 동맹국인 서아프리카 말리로 전송된 사실이 드러났다. 미 국방부 도메인(인터넷 주소)인 '.MIL'을 쓰는 계정으로 보내야 할 이메일을 발신자가 말리(Mali)의 국가 도메인인 '.ML'로 잘못 입력한 탓이다. 대부분은 스팸 메일이었고 기밀 정보가 유출된 것도 아니지만, 미군 최고위급 인사의 해외 일정이나 대사관의 대테러 첩보 등을 담은 이메일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통상적인 철자 오류 때문에 매우 민감한 정보를 담은 펜타곤(미 국방부) 메시지가 말리의 인터넷 도메인 운영 업체로 잘못 전달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스팸 메일을 제외한 해당 이메일의 다수는 미군과 협력 관계인 민간 계약업체가 보낸 것이며, 미국의 다른 정부 기관이 발신자인 경우도 일부 있었다.

이 사실은 네덜란드에서 인터넷 회사를 경영하는 요하네스 쥐르비르가 처음 확인했다. 2013년 말리 정부와 10년간의 국가 도메인 관리 계약을 맺은 그는 업무 과정에서 잘못 전송되는 이메일 흐름을 파악했고, 이를 미국 백악관과 사이버보안 당국, 국방부 등에 알리려 애썼으나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계약 기간 만료와 함께 말리 정부로 도메인 관리권이 이양되는 상황에 이르자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됐다.

FT 인터뷰에서 쥐르비르는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오전송 이메일 11만7,000통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달 초 미국에 "이 위험은 실재이고, 미국의 적들이 악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은 말리는 서방에 반감을 갖고 있으며, 러시아의 영향권에 있기도 하다.

2020년 말리 수도 바마코에서 말리인들이 독립 60주년을 기념하며 러시아 정부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출된 이메일 정보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지난 5월 제임스 매콘빌 미 육군참모총장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출장 일정이다. 일행 전체의 호텔 객실 번호와 세부 일정표는 물론, 매콘빌 총장이 호텔 방을 그랜드 스위트룸으로 업그레이드받은 사실까지 상세히 담겨 있었다. 또 터키 테러 조직이 미국 내 터키항공사의 사무실 등을 점령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미 연방수사국(FBI) 첩보, 미 국방부 문서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번호 등도 국방부 바깥으로 유출됐다.

은퇴한 미국 제독 마이크 로저스는 FT에 "이런 접근이 지속될 수 있다면, 기밀로 분류되지 않은 정보만으로도 기밀 정보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며 "사람들의 실수는 드문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정보의 규모와 기간, 민감도"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국방부 계정으로 발송한 내부 이메일이 '.ML'로 전송되는 걸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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