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떼일라`… 서울 임차권등기 신청 역대최대

6월 총 1432건 '연초대비 두배'
임대종료 이후 보증금 못 받아
역전세난 확산·전세 기피 영향

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서울에서 임대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임차권등기를 신청한 건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서울 집합건물 임차권등기설정 신청 건수는 총 1432건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월 기준 가장 많은 건수다.

임차권등기는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만료 이후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등 세입자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신청하는 것이다.

지난해 월 평균 351건이었던 임차권등기설정 신청 건수는 올해 1월 669건으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매월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달 연초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역전세난 확산과 전세 기피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기준으로도 사상 처음으로 월 기준 4000건을 넘겼다.

1월 2081건이었던 전국 임차권등기 신청 건수는 지난달 4193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올들어 임차권등기 신청 건수가 급증하며 상반기(1만9484건) 만에 작년 전체(1만3358건) 건수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주택에 신청이 집중됐다. 올 상반기 수도권 임차권등기 신청 건수는 1만6128건으로 전체의 83%에 달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많아지면서 경매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세입자가 임차권을 등기한 이후 보증금미반환소송에서 승소하면 법원이 강제경매를 신청한다. 지난달 서울시 집합건물 강제경매 신청 건수는 580건으로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사고가 전세가율이 높았던 빌라에 집중됐을 것으로 봤다. 또 임차권등기가 설정된 경우 새로운 임차인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결국 기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해 빌라 임대차 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으로 봤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임차권등기가 설정된 주택은 경매시장에 나와도 매수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며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 결국 세입자가 전세대출 이자만 계속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김남석기자 kn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