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우선'이 '가족 배려'로…시대상 반영한 제도 변화? [이슈언박싱]

신혜원 기자 2023. 7. 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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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복잡한 이야기, 저건 뭐지 싶은 뉴스들, 제가 대신 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

첫번째 언박싱 주제는 < '여성 우선'이 '가족 배려'로 > 입니다.

자, 주말에 마트나 공원같은 데 가면, 분홍색선에 치마입은 여성이 그려진 '여성 우선 주차장'을 만날 수 있죠. 오늘부턴 주황색에 세 사람이 그려진 '가족 배려 주차장'으로 바뀝니다. 노인, 이동이 불편한 사람, 영유아 동반한 사람 모두가 이용할 수 있습니다. 14년 만에 사라지는 여성우선 주차장! 어떤 역사가 있는지 한 번 살펴보죠.

시작은 이렇습니다. 1992년 기사입니다. '지하주차장 여성 운전자 피습 이후 대형주차장, 백화점 안전대책 속속 마련'. 그러니까 주차장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발생한 이후에 대책으로 등장한 겁니다. 또 여성 고객이 많은 백화점 같은 곳에선 아예 주차대행 서비스, 꽃다발 증정 같은 이벤트도 벌였습니다. 안심하고 오시라는 거죠.

이렇게 처음엔 민간에서 시작했다가 2009년. 서울시가 직접 나섭니다. 당시 오세훈 시장이 '여행 프로젝트'라며, 아예 10~20%는 여성 우선으로 만들어라! 의무 규정을 만든 겁니다.

헌데, 취지와는 달리 시행 내내 논란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여성만 운전 약자냐, 오히려 성 고정관념을 키우는 거 아니냐, 아이동반은 여성만 하냐, 등등이죠. 서로 싸우고 난리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안녕하세요. '신문철TV'의 신문철입니다. 올 초, 한 지하주차장에서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한번 보시죠!

한 여성이 아이 손을 잡고 막 손짓을 하고요. 뭔가 서로 언쟁을 하는 듯하죠.

"여성 주차장이에요"

"우대인거지 전용이 아니잖아요"

"우대에요~ 그럼 우대잖아요"

"운전자가 누구신데요? 남자분이 내리시잖아요"

"저요! 애기떄문에 지금 남편이 바꾼거잖아요!"

여성주차장에 차를 대려고 지키고 있는 여성. 오는 사람이 먼저다, 우대지 전용이냐! 따지는 남성. 자, 여러분 어떻습니까? 큰 싸움나면 안되는데 말이죠.

사실 '여성 주차장' 사안의 본질은, 남녀 갈등이 아닙니다. 여성주차장이 취지대로 범죄 예방과 안전에 도움이 되느냐를 따져봐야겠죠. 그런데 실제로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됐단 명확한 통계가 없고, 오히려 여성우선주차장으로 여성 운전자가 범죄의 타겟이 되기 쉬워진다!라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무엇보다 여성이 아닌 사람이 주차해도, 장애인 주차 구역과 달리 과태료 등 벌칙이 없다보니 실효성 논란도 일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최근 통계를 보면, 여성 주차장 이용하는 여성 이용자는 16% 정도라고 합니다.

자 결국, '여행프로젝트' 도입 당사자인 오세훈 시장이 제도 개선에 나섰습니다. "배려 대상을 가족으로 옮기겠다. 그래서 주차 공간도 넓게 하고, 아이들 싣고 내리고 할 때 편안하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 라는 거죠.

'여성 우선'에서 '가족 배려'로. 시대상을 반영한 제도 변화가 앞으로 다른 지자체까지 이어질지도 주목되는데요. 다만, 맨 처음 왜 그 제도를 도입하려 했는지, 그 취지와 대안을 모색하는 일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슈 언박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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