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한국 영화계 살릴 희망의 등불 될까 [종합]

김종은 기자 2023. 7. 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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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과연 영화 '밀수'는 부진에 빠진 영화계를 구원할 수 있을까.

'밀수'(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류승완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밀수'는 해녀 조춘자(김혜수)와 엄진숙(염정아)이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를 만나게 되면서 확 커진 밀수판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영화. '베를린' '베테랑' '모가디슈'를 선보인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 류승완 감독 "영화계 위기?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집중해야"

최근 한국 영화계는 경쟁력 부족, 미흡한 완성도 등으로 관객들로부터 외면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모가디슈'를 성공시키고, 이번엔 '밀수'를 통해 극장가에 돌아오게 된 류승완 감독은 본격적인 기자간담회 시작에 앞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현장에 들어와 막내부터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영화계에 속해 일을 하고 있는데, 한국 영화계가 어렵지 않았던 적은 별로 없었다. 매년 올해 감기가 가장 독하다, 올해 경기가 가장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처럼 영화도 그랬다. 그렇기에 이럴 때일수록 영화인들이 더 정신 차리고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관객분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에 집중하며, 영화인들 스스로 발전해 나가야 할 방향성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잘 만드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레 관객분들의 선택을 받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 "'밀수' 시대 배경, 70년대여야만 했다"

'밀수'는 1970년대 군천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류승완 감독은 시대 배경을 70년대로 잡은 이유에 대해 "예전에 논픽션 단편집을 하나 읽었는데, 70년대 부산에서 여성들이 밀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후 군산의 한 박물관에서도 다시 한번 70년대 있었던 밀수 사건을 발견하게 됐다. 그때부터 흥미를 갖고 개발하기 시작해 '밀수' 대본이 완성됐다"라고 설명하며 "값비싼 귀중품이 아닌 생필품을 밀수하는 환경이 흥미로웠다. 그 당시는 아직 한국이라는 땅에서 전쟁이 난지 20년 밖에 안 지났을 때이지 않냐. 그래서 외부와의 교류를 두려워했는데,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바셀린이나 청바지를 밀수하곤 했다. 그리고 그게 범죄가 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밀수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 보니, 당연히 70년대를 선택해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70년대를 그려나감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패션"이라고 덧붙이며 "내 동생 류승범도 옷을 잘 입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전엔 아버님이 있었다. 아버지가 옷을 정말 잘 입고 다니셨다. 이 밖에도 70년대 홍콩 영화 속 스타들, '미녀 삼총사'와 같은 TV 시리즈에 나왔던 할리우드 스타들의 패션이 어릴 때의 환상 같이 남아있어서 그걸 잘 재현해내고 싶었다. 아무래도 공간을 재현하는 건 어쩔 수 없이 기존의 세트를 많이 활용해야하는 탓에 쉽지 않았는데, 패션만큼은 잘 살리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 김혜수X염정아가 '밀수'를 선택한 이유

'밀수'의 또 다른 차별점을 꼽자면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수중 신. '밀수'의 배우들은 물 밖과 안을 오가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을 선보이기도 한다.

극 중 해녀로 활약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물속에서 보냈던 김혜수는 "사실 과거 '도둑들' 촬영 당시 수중 신을 찍다가 공황이 온 적이 있어서 겁이 났었는데 서로 응원하고 함께하면서 잘 이겨낼 수 있었다"라고 밝히면서 "물에 들어가는 신이 많다 보니 촬영 3개월 전부터 함께 모여 준비했는데, 감독님이 굉장히 심혈을 기울이셔서 각 신들을 만들어놓으셨더라. 콘티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준비되어 있던 작품이라 어려움 없이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했고, 염정아 역시 "수영을 아예 못하는 사람이어서 이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옆에 있던 동료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라고 공감했다.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혜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흔하지 않은 서사를 지니고 있어 좋았다. 또 무겁지 않은 여성 서사 위주의 상업 영화라는 점이 반가웠고, 곁에서 의지할 수 있는 파트너가 염정아라는 점이 좋았다"라고 답하며 "다만 여성 위주 서사보다 더 중요시 생각했던 건 '현장에 충실하자'였다. 그게 답이라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부터 끝까지 이 다짐만큼은 잊지 않고 이어가려 노력했다"라고 중점을 둔 부분을 들려줬다.

이어 염정아는 출연을 선택한 이유로 류승완 감독과 김혜수를 꼽으며 "출연 제안을 받았는데 김혜수 선배님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고 하더라. 그게 너무 큰 기쁨이었다. 또 류승완 감독님이 연출을 맡으시니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물에 들어가지도 못하지만 도전해 보고 싶었다. '밀수'가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되는 영화인데, 이런 영화가 흥행까지 잘 되어서 다른 작품들도 계속 기획되길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 "촬영하는 매일이 즐거웠던 현장이었다."

그런가 하면 배우들은 돌아가며 작품, 특히 현장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먼저 김혜수는 "'밀수' 촬영이 2년 전에 끝났는데, 그때 썼었던 일지가 있다. 오늘 일정을 앞두고 그걸 처음부터 봤는데 '힘들었다' '속상했다' 이런 글이 하나도 없더라. 그저 좋았던 것만 적혀있었다. 오래 이 일을 해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더불어 즐겁다는, 함께 즐겁다는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다시 이런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즐거운 현장이었다. 촬영하는 내내 예상하지 못했던 굉장히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경험을 한 작품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라고 했고, 염정아도 "똑같은 마음이다"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말 행복했고 떠올리면 코끝이 찡해지는 현장이었다"라고 전했다.

김종수는 "감독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던 현장이었다"라고 했고, 조인성은 "웃음을 참기 힘들었던 현장이었다"라고 공감했다.

이어 박정민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점은 없었다. 그저 인성이 형 다음에 내 얼굴이 나오는 게 보기 힘들었다"라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으며, 고민시는 "현장에 갈 때마다 너무 좋았떤 기억이 있다. 현장에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나 최대치의 행복을 느낀 촬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밀수'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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