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나쁜 사람’에게는 절차 어겨도 되나.. 1심은 전제가 잘못”
1심은 무죄판결
이성윤 “출금사건으로 프레임전환..저열하다”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시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불법출금 사건에 수사를 중단하라는 외압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한 2심 첫 재판에서 검찰이 “1심 판결은 전제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1심에서 “외압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18일 서울고법 형사 5부(재판장 서승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2심 첫 재판에서 검찰은 “1심 판단에서 가장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은 일관적인 피해자 측 안양지청 관계자 진술과 피고인 측 반부패부 진술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측 진술만 취해 사실을 확정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2019년 3월 당시 안양지청 부장검사로 2년 뒤 이 사건을 공익신고했던 장준희 부장검사는 이 연구위원 1심 재판의 첫 증인으로 나와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의 승인을 받아 이규원 검사의 비위를 담은 보고서를 보냈지만 이 지청장으로부터 ‘대검에서 보고서를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할 테니 보고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배용원 차장으로부터도 “검찰국장이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연락해 이규원 검사에게 출금을 하게 했고 총장도 보고 받았다고 한다. 이 검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며 수사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수사 중단 외압이 안양지청 수뇌부를 통해 전달됐다는 취지다.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도 “김형근 당시 반부패·강력부 수사지휘과장으로부터 ‘안양지청에서 해결해 달라,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반면 역시 증언석에 선 김형근 당시 과장은 “검사 비위 발생은 일선 청에서 결정할 부분이라고 말씀 드린 것이고 수사를 중단하라는 취지가 전혀 아니었다”고 했다.
이처럼 배치되는 증언들 중 1심은 이 연구위원에게 유리한 김형근 전 과장 등의 증언에만 기반해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검찰은 또한 “1심 판결은 김학의에 대한 불법 출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있어 잘못”이라며 “김학의라는 나쁜 사람을 적법절차를 좀 어겨서 출금해도 잘못된 것이 아니고, 출금 관여자를 수사하겠다는 것도 별로 잘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말린 반부패부 관계자들도 별로 잘못이 아니란 전제를 깔고 있다”고 했다.
이규원 검사,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이 ‘김학의 불법출금’ 에 관여한 사건을 심리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 27부(재판장 김옥곤)는 지난 2월 긴급출금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김학의씨에 대한 재수사가 임박한 상황이어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돼 직권남용이 아니라며 혐의 대부분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를 두고 법원이 목적의 정당성을 앞세워 적법절차를 무시한 ‘퇴행 판결’이라는 비판이 높았다.
이 재판부는 이 연구위원의 1심 재판도 맡아 무죄를 선고했다. ‘전제가 잘못됐다’는 검찰 주장은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에 대한 이 재판부의 시각이 이 연구위원 사건에도 그대로 반영돼 무죄판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2심에서 장준희 부장검사,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 김형근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 과장 등을 다시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신문할 내용을 서면으로 써서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 앞서 이성윤 연구위원은 취재진에게 “김학의 사건은 검찰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라며 “검찰의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는 검찰 존재 자체를 형용모순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정작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은 장막 뒤에 숨어 수사를 피하고 반성은 커녕 출금 사건을 일으켜 프레임을 전환하면서 저를 김학의와 뒤섞어 놓았다. 참으로 저열한 행위”라며 “항소심 재판에서도 명백히 입증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2심 재판이 시작된 ‘수사중단 외압’ 사건과는 달리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은 1심 선고 후 6개월이 다 돼 가는 현재까지 기일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서울고법 11-3 형사부에 배당된 이 사건은 지난 3월 27일 접수된 후 검찰과 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첫 재판일이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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