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에너지 수요' 줄여야 기후변화 목표 달성 가능"

한휘연 인턴 기자 2023. 7. 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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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에너지誌 게재…에너지 '사치스러운 수요' 지적
상위 20% 수요 줄이면 하위 20% 소비 늘어도 목표 달성
[리에르나(이탈리아)=AP/뉴시스] 유럽 27개국 분석 결과 상위 20%의 에너지 수요를 제한하면 빈곤층 20%가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탄소 배출량을 일부 늘리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사진은 17일 이탈리아 북부 리에르나에서 더위를 달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소년들. 2023.07.18.


[서울=뉴시스]한휘연 인턴 기자 = 부유층의 사치스러운 에너지 수요를 줄이면 빈곤층이 필수불가결한 에너지 소비를 늘리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 부유층 20%의 '사치스러운' 에너지 수요를 제한하면 빈곤층 하위 20%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데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7배를 절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27개 유럽 국가의 가구 간 에너지 사용량 격차를 줄이는 효과를 모델링한 결과다.

영국 리즈대학 지속가능복지학과 교수이자 연구 수석 저자 밀레나 부크스는 "우리는 전 세계의 공평한 '탄소 예산'을 유지하기 위해 사치스러운 에너지 사용에 대처하기 시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에너지 빈곤층이 에너지를 약간 늘려 그들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라고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에너지 소비 문제가 아니라 '사치스러운 수요' 문제

해당 연구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기로 한 목표 이상으로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부유한 국가들이 신속하게 에너지 공급과 수요 측면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50년까지 에너지 수요 측면의 전략을 통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대비 40%~7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휴가철 장시간의 해외 비행, 연료 소비가 많은 대형 차량 운행, 단열이 불량한 큰 집에 사는 것들이 에너지 수요를 쓸모 없이 높이는 주 요인으로 지적됐다.

유럽 전역에서 이와 같은 사치스러운 에너지 수요를 제한하면 에너지에서 11.4%p, 운송에서 16.8%p로 총 9.7%p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연구진은 발견했다.

빈곤층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도록 에너지 사용량을 증가시킨다고 해도 에너지에서 1.2%p, 운송에서 0.9%p으로 총 배출량은 1.4%p 증가했다.

"기술 변화로 절대적 배출량 감축 가능…'수요 줄이기'가 도움 될 것"

독일 베를린공과대학교 지속가능경제학 교수 펠릭스 크루치히는 이 연구에 대해 "에너지 빈곤층이 에너지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더라도 에너지 수요 감축을 통해 기후 변화 속도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다"라고 평했다. 그는 "고소득, 고학력 가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범위가 더 넓고, 줄일 수 있는 능력도 많으며, 이에 대한 책임도 더 많이 갖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친환경 청정 기술이 더 보편화되고 저렴해짐에 따라 감축량 자체를 더 늘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기술 발전 속도가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느리다고 경고했다.

크루치히는 "배출량 감축 목표는 대부분 기술 변화에 의해 달성될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필요한 기술 변화의 속도 자체가 빨라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은 기후 목표 달성에 중요한 지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유럽, 목표 달성 위해 연간 '10%' 줄여야… 부유층 행동 중요

[텍사스=AP/뉴시스] 소득 상위 1%가 하위 50%보다 두 배 많은 탄소 배출량을 기록한 것을 감안할 때 상위 계층의 사치스러운 에너지 수요를 제한하고 하위 계층의 에너지 소비를 적절하게 지원한다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무더위에 골프를 치고 있는 사람들. 2023.07.18.

유럽은 지난 30년 동안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 정도를 감축했다.

이번 연구는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남은 지구의 탄소 예산을 지구상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배분한다는 가정하에 유럽 대륙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간 10%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이른 산업화 등으로 대기 오염을 유발한 역사적 책임을 반영한다면 필요한 배출량 감축량은 연간 24%로 급증한다.

연구진은 상위 부유 계층의 에너지 수요를 제한하는 동시에 하위 빈곤 계층을 지원하면 이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스톡홀름환경연구소와 옥스팜의 연구에 따르면 추정 결과 2015년 소득 상위 1%는 하위 50%보다 두 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실제로 2021년 네이처 에너지에는 부자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며, 그들이 쇼핑하는 것 외에도 투자자·노동자·롤모델로서 행동하는 방식이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평이 게재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xaya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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