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경영권 홍원식 회장 유지...합의 가능성 커지나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양사의 계약 불이행 관련 주식양도 소송 7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2.6.21/뉴스1

대법원이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 사건에 대해 심리를 계속키로 하면서 소송은 장기화 가능성이 커졌다. 최종심의 판단이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사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판결의 장기화 예고로 주가급락이란 폭탄을 맞은 주주들도 주가회복여부는 속도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법원 민사2부는 18일 남양유업 주식양도소송에 대해 '심리불속행기간 도과'를 고지했다. 사건을 기각하지 않고 심리를 계속하겠다는 것으로 앞으로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를 상대로 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의 주장을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홍 회장 측의 주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양측의 변론을 맡는 이른바 쌍방대리를 한 사실과 이로 인한 계약 자체는 무효라는 것이 핵심이다. 백미당 분사나 가족에 대한 예우 등을 담은 이면계약서의 합의 불이행도 주장했지만 이는 1·2심 과정에서 설득력을 잃었다. 아직 제대로 된 법리다툼이 없었던 쌍방대리가 사실상 반전을 노릴 마지막 카드라는 해석이다.

특히 쌍방대리에 관한 국내 판례가 없다는 점은 대법원이 이번 사건을 심사숙고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꼽힌다. 그동안 쌍방대리 논란이 있었던 대부분의 사건에 대해 법원은 '단순자문'이나 '차이니즈월(정보교류차단)'을 이유로 로펌을 처벌하지 않았다.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 재판 과정에서도 법률대리인을 '사자(심부름꾼)'로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이 쌍방대리를 심리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면 최종 판단이 늦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심리가 장기화되면 한앤코의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투자기한이 있고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선 경영권 획득 시점이 늦어질수록 부담이 커지는 까닭이다. 때문에 법조계에선 양측의 합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오너일가가 사모펀드에 수익을 보장해주고 주식매매계약을 백지화 하거나 사모펀드가 오너일가에 매각대금을 더 챙겨주는 새로운 계약을 맺는 식이다. 다만 양측이 이미 계약 후 이행과정에서 소송에 돌입할 정도로 신뢰관계가 무너진 만큼 심리 장기화나 패소 부담을 안고라도 끝까지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만약 대법원의 심리의 초점을 쌍방대리에 맞추지 않는다면 의외로 일찍 판결이 나올 것이란 예측도 있다. 행동주의펀드인 차파트너스가 추천해 지난 4월 남양유업 감사로 선임된 심혜섭 변호사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심리불속행 기각 날짜가 지났다고 수년씩 걸릴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기간을 살짝 넘겨 간략한 이유를 기재한 다음 판결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입장에선 아예 심리를 안하고 판결을 내는 것보다 간략히라도 심리하고 이유를 기재해 판결을 내리는 것이 여론이나 당사자 보기에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