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확인 1025명 불과···외국인 아동·병원밖 출산도 '사각지대'
보호자 8명 범죄혐의 포착돼 구속
경찰 수사완료땐 사망아동 늘듯
내년 7월 출생통보제 시행하지만
미혼모 등 불법기관 내몰릴 우려
보호출산제 도입 함께 논의해야
2015~2022년 출생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2123명 중 생존이 확인된 아동이 단 1025명(48.3%)에 그친다는 사실은 정부의 보호 밖에서 방치된 아동이 그만큼 많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출생 등록이 안 돼 정부가 죽음 사실조차 몰랐던 아동은 이미 249명(11.7%)에 달했다. 경찰 수사에 따라 사망 아동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출생 미신고 아동’의 존재를 알면서도 일찍이 실태 조사에 나서지 않은 정부도, 출생통보제 등 최소한의 아동 보호 장치 마련에 지지부진했던 국회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5~2022년 출생 미신고 아동 2123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25명은 생존이 확인됐지만 249명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 814명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인데 이 중 아동 7명의 보호자 8명은 범죄 혐의가 포착돼 구속됐다. 경찰 수사가 완료되면 사망 아동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출생 미신고 아동이란 생후 12시간 내 병원에서 B형 간염 접종을 받으며 질병관리청에서 부여받은 임시신생아번호는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을 말한다. 임시신생아번호는 부모의 출생신고 후 주민등록번호로 전환된다. 출생 미신고 아동 관리 부실에 대한 감사원의 지적 후 복지부는 지자체·경찰청과 함께 지난달 28일부터 출생 미신고 아동과 관련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정부는 국가의 보호 밖에서 숨을 거둔 아이가 최소 249명이나 된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아동까지 합하면 실제 숫자는 더 커진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는 임시신생아번호가 전산으로 관리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국내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아동만을 대상으로 했다. 2014년 이전 출생한 미등록 아동과 국내에서 출생 등록을 할 수 없는 외국인 아동, 병원 밖에서 출생한 아동은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는 2014년 이전 출생 미등록 아동을 파악할 신뢰 가능한 데이터가 없다며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외국인 아동의 경우 법무부의 등록외국인 정보를 활용해 소재·안전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지만 추방 우려에 외국인 등록 자체를 하지 않은 보호자의 아동을 파악할 길은 없다. 매년 100~200명으로 추정되는 ‘병원 외 출산’ 아동 역시 찾아내기 어렵다.
정부는 “출생통보제가 내년 7월 시행될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정보를 시읍면장에게 통보하고 출생 후 한 달이 지난 아이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최소한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만큼은 국가가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됐다. 또 출생통보제가 시행되기 전까지 미등록 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을 개정, 임시신생아번호로 남아 있는 아동을 복지부가 파악할 근거를 마련해 이들의 소재·안전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다만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21년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통해 출생통보제 도입 계획을 밝혔으나 그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출생통보제 이상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면 출생신고를 꺼리는 미혼모 등이 불법 기관으로 내몰릴 수 있어 익명 출산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보호출산제 도입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호출산제란 임신부가 신원 노출 없이 아이를 낳은 뒤 지자체에 아이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외국인 아동에 대한 관리 체계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이민 정책이 확대되고 있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아동은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미등록 이주 아동까지 보호할 시스템을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보호출산제 등 법적 장치 외에도 한부모 등 위기 임산부 지원 대책 등을 마련해 태어난 모든 아동의 안전한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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