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숙 수협은행장 "자산운용·캐피털사 연내 인수···'마부정제' 자세로 나아가겠다"
수협은행 공적자금 상환후 첫 행장으로
금융지주사 전환 초석 다지는 중책 맡아
혁신팀 신설해 데이터 마케팅 역량 강화
카드사업 리딩그룹 출범후 발급 30% ↑
미얀마법인도 4년만에 첫 흑자전환 성공
취임 8개월만에 경영 전반서 굵직한 성과
올해는 Sh수협은행이 공적 자금을 전액 상환하고 맞은 첫해다. 수협은행은 2001년 수협중앙회가 1조 1600억 원의 공적 자금을 받은 후 이를 상환하기 위해 매년 수백억 원을 배당해왔지만 조기 상환에 성공하면서 부담을 덜게 됐다. 이제는 사업 다각화 및 규모 확대, 자본 적정성 개선 등에 재원을 활용함으로써 본격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수협은행에 큰 전환점이 될 ‘포스트 공적 자금’ 시대와 맞물려 2022년 11월 취임했다. 수협중앙회가 공적 자금 상환과 함께 은행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만큼 금융지주사 전환의 초석을 다져야 하는 막중한 책무도 떠안았다. 큰 변화와 결단이 필요한 시기, 12일 강 행장을 서울 송파구 수협은행 본사에서 만났다.
“상반기 순익, 전년 대비 10% 성장”
강 행장은 “하반기 수협은행은 ‘마부정제(馬不停蹄·달리는 말은 말발굽을 멈추지 않는다)’의 자세로 나아갈 것”이라며 또 한 번의 성장을 다짐했다. 그가 마부정제를 하반기 경영 키워드로 꼽은 것은 수협은행이 이미 ‘달리는 말’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수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세전 1876억 원으로 전년 대비 9.9%(169억 원) 증가했다. 순이자마진(NIM)도 2022년 말보다 0.32%포인트 개선된 1.71%로 집계됐다.
이번 상반기 실적은 강 행장이 취임 당시 약속한 ‘조달 구조 개선’이 병행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그는 고금리 예수금 조달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며 행장 직속 애자일(agile) 조직인 미래혁신추진실을 신설한 바 있다. 미래혁신추진실을 중심으로 조달 구조 개선 목표를 세우고 저비용성 예수금 증대에 집중한 결과 올해 5월 말 기준 수협은행의 신규 조달금리는 3.68%로 전년 말(4.72%) 대비 1%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강 행장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효율성 측면에서의 질적 성장에 집중했다”며 “상반기 실적은 NIM 개선에서 비롯된 성과로, 영업 최일선의 현장 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해 저비용성 예수금과 주 거래 기업 확대를 이뤄낸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궤도에 오른 질적 성장을 양적 성장으로 확대하기 위해 수협은행은 하반기에도 조달 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이어갈 계획이다. 강 행장은 “핵심 예금 증대 및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해 고객 기반 확대, 다양한 마케팅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 외에 신사업 발굴, 회원 조합과의 복합점포 추진 등 수익 구조 다각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카드·PB로 비이자 이익 확대
강 행장은 이자 이익 증대에 안주하지 않고 올 하반기 데이터 및 카드 사업, 프라이빗뱅커(PB) 서비스 등을 통한 비이자 이익 확대에도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그는 이달 중 조직 개편을 통해 데이터혁신팀을 신설할 계획이다. 다른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 자격을 획득해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과 달리 수협은행은 사업 자격을 가진 핀테크사 등과 제휴해 우회적으로 진출했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신설될 데이터혁신팀은 금융 마이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도입하고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강 행장은 “데이터혁신팀은 현업 부서와 정보기술(IT) 부서의 협업을 강화해 운영되면서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수집, 분석·활용하고 자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조직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생성된 분석 데이터를 영업점과 PB센터에 제공하고 영업 일선에서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마케팅 기회를 많이 생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운영 중인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마이데이터와 개인화 분석 자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면 활용도가 더욱 높아져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3월 카드 사업 확대를 위해 출범한 카드 사업 리딩그룹 ‘Sh카벤져스’ 또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강 행장은 카벤져스 발대식 당시 올해 ‘유효 회원 50만 명, 카드 매출액 5조 원’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수협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수협카드 신규 발급 건수는 카벤져스 출범 전인 1분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그는 “이러한 기세를 모아 고객 니즈를 최대한 반영한 카드 신상품 출시를 계획 중”이라며 “더불어 은행 상품과의 교차 거래 활성화, 기업 카드 마케팅 강화 등을 적극 추진해 기존에 제시한 목표를 조기 달성할 예정”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외에 수협은행은 지난달 초 비이자 이익 확대를 위한 핵심 분야로 외환 사업을 선정하고 외환 전문가 마케팅 조직인 ‘외환마케팅지원단’을 신설했다. 기업 고객 증대를 위해 수협은행의 외환 전문가가 고객사를 직접 찾아가는 ‘기업 맞춤형 외환 경영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종합자산관리(WM) 전문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 역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수협은행은 최근 사내 인재 공모를 통해 선발한 2명의 PB 지점장과 24명의 주니어 PB를 중심으로 서울 강남 지역 두 곳에 PB 영업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강 행장은 “PB 영업점이 신설되면 수협은행만의 특별한 프리미엄 서비스와 고객 수익 최우선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고객이 만족하는 WM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협은행의 해외 사업을 이끄는 미얀마 법인은 올 상반기 기준 첫 흑자 전환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2019년 7월 수협은행 최초 해외 법인으로 설립된 지 4년 만이다. 코로나19와 현지 쿠데타 발생 등으로 부침을 겪자 ‘해외사업실무협의회’를 신설하고 미얀마 법인의 경영 현황을 분석해 경영 혁신 방안을 적용한 결과다. 특히 강 행장은 불안정한 미얀마 경제 상황에서 영업을 위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경제 상황이 안정적인 샨주·양곤주 등 우량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점을 신설하는 더욱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택함으로써 호실적을 이끌었다.
올해 자산운용·캐피털사 인수 계획도
수협은행의 이 같은 사업 영역 확대는 ‘금융지주사 전환’이라는 대(大)과제와도 흐름을 같이한다. 금융지주 체제 전환은 단순히 사업 영역 확대가 아닌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 그 목표를 두기 때문이다. 수협은행은 본체인 은행의 수익 다변화 및 체질 개선 외에 자회사 인수를 위한 실탄도 마련한 상황이다. 올해 3월 초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2000억 원의 주주배정(수협중앙회)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면서다.
당초 수협은행은 “올해 자회사를 1곳 정도 인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인수 대상은 캐피털사와 자산운용사 각 1곳씩 총 2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협은행으로서는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를 위해서는 자본 증대가 선결 과제인 만큼 서두르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강 행장은 “공적 자금을 상환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첫걸음을 떼는 것이니 진중하게 발길을 옮기고자 한다”며 “현재는 캐피털·자산운용사 2곳 정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현재가 경기 침체 등에 따른 M&A 적기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의견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조만간 성과가 가시화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취임한 후 8개월간 은행 경영 전반에서 빠짐 없이 성과를 챙기며 “정신없이 달려왔다”고 상반기를 소회한 강 행장은 하반기에는 전 임직원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3C’를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3C’는 ‘Change(변화)’ ‘Challenge(도전)’ ‘Confidence(자신감)’다. 강 행장은 “금융권 최대 화두인 디지털 분야만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인력의 세대교체, 새로운 제도 및 조직 구조의 변화 등을 만들고 준비해나가야 하는 시기”라며 “과거를 답습하는 관성을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하반기에는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이 예상되는 만큼 굴하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하반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규모로는 작은 은행이지만 시장 어디에 내놓아도 이겨낼 수 있는 강점을 가진 강소 은행으로서 두려움 없이 경쟁할 수 있는 자신감으로 무장해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사진=권욱 기자 ukkwo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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