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사교육 1번지 민낯
대한민국의 사교육 1번지는 대치동이다. 대치동 학원가를 분석하는 것은 곧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는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기 위해 전입했다가 수능이 끝나면 다시 떠나는 일이 무한 반복되며 강남 불패 신화를 만들어낸다.
학군이란 통학 가능한 지역 내에 위치한 학교 묶음을 지칭한다. 서울의 강남·서초구가 강남 8학군이다. 정부는 1970년대 강북의 명문고를 대치동·삼성동으로 강제 이전시켰다. 자녀들을 명문고에 입학시키기 위해 부모들이 강남으로 전입한 것이 8학군 전설의 시작이다.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고자 1994년 도입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인해 사교육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대치동에 대형학원이 문을 열자 학생이 몰렸다. 학생이 몰리자 학원이 생기고 이로 인해 학생들이 찾아오는 선순환 사교육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2000년대 메가스터디 등 온라인 학원 출현으로 1타·스타 강사가 탄생했다. 부유층·고학력 엘리트 주민들의 사교육 심리를 노린 학원업계가 대치동 사교육을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치동 학원가는 교육 소비자와 서비스 공급자로 나눈다. 대원족은 대치동 원주민, 연어족은 대치동 인근 재건축 단지로 돌아온 대원족 자녀들, 대전족은 대치동에 거주하는 전세 전입자, 원정족은 대치동 학원가로 자녀를 원거리 통학시키는 이용자를 일컫는다.
돼지엄마는 교육열이 매우 높고 정보에 정통하다. 대치동은 유난히 카페가 많은데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돼지엄마가 자녀를 기다리는 젊은 엄마들에게 학원과 강사에 대한 평가를 해주며 코치가 된다. 나중에 돼지엄마가 학원을 차린 경우가 많다. 연어족·대전족·원정족은 카페맘·아카데미맘과 최신 정보를 공유한다. 학원은 원장과 운영진, 스타강사, 롱테일 강사, 스터디카페·입시카페·입시센터, 입시연구소장, 스타강사·아이돌 강사들과 온·오프라인 교육으로 협력·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학원들은 킬러문항과 준킬러문항을 생산해 낸다. 킬러 출제 문항은 그들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킬러문항을 잘 준비해주는 학원에 대한 신뢰가 커 학원 수업에 올인하면서 학교 수업은 소홀히 하는 공교육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사교육 열풍은 학부모·학생들 간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고 명문대학에 입학하려고 대치동 입성에 사활을 걸었다. 사교육 번창의 본질은 학벌주의에 있다. 과도한 교육열이 만든 사교육 전성시대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떨쳐내야 한다.
공교육 피폐의 원천은 무엇일까. 교권 침해, 과도한 학생 인권 보호 및 민원 등으로 인해 교사들의 열정이 식고 존경받는 선생님이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교사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교사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의 활용 역시 고려해 볼 수 있다. 효과적인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 자신의 수준을 명확하게 진단하고 맞춤형 학습 내용을 처방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치동의 개인별 맞춤형 교육 시스템을 AI 공교육에 도입하는 데서 공교육 정상화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박정일 경기도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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